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흰죽 한 그릇 _ 고영민

시 쓰는 마케터 2022. 11. 30. 08:20

 

 

흰죽 한 그릇

 

                        고영민


무엇을 먹는다는 것이 감격스러울 때는
비싼 정찬을 먹을 때가 아니라
그냥 흰죽 한 그릇을 먹을 때

말갛게 밥물이 퍼진,
간장 한 종지를 곁들여 내온
흰죽 한 그릇

늙은 어머니가 흰쌀을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물을 부어 끓이는
가스레인지 앞에 오래 서서
조금씩, 조금씩
물을 부어 저어주고
다시 끓어오르면 물을 부어주는,
좀 더 퍼지게 할까
쌀알이 투명해졌으니 이제 그만 불을 끌까
오직 그런 생각만 하면서
죽만 내려다보며
죽만 생각하며 끓인

호로록,
숟가락 끝으로 간장을 떠 죽 위에 쓰윽,
그림을 그리며 먹는

 

 

* 2022년 11월 30일 수요일입니다.

가장 기본이 가장 좋을 때가 있습니다.

기본에 충실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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