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동그라미와 직선

시 쓰는 마케터 2022. 12. 13. 08:31

 

 

동그라미와 직선

 

                                고명

 

 

지루할거야 나무들은

꽃을 피우는 일도 그만 신물이 날거야

해마다 다른 꽃을 피울 수 있다면야

몰라, 같은 빛깔 같은 모양

게다가 환히 알고 있는 순서 그대로

 

헤어지는 일에도 이골이 났을거야

가을엔 모두를 떠나보낸다지만

잎이 떨어진 자리마다 어느새

새봄을 감춰 놓고 있던 걸

 

아니야, 이별이 아니야

겨울 한 철 떠나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어

손 흔들지 못할 사람 어디 있어

 

때로는 나무처럼 살고 싶을 때도 있지만

지나온 길 발자욱마다 다시 밟아

같은 빛깔 같은 모양 되풀이 피울바에야

 

헤쳐 가야겠다, 안개 속 외줄기 길

아무도 밟지 않은 그 새벽길을

아득히 끝을 보며 시작을 보며

 

 

* 2022년 12월 13일 화요일입니다.

잘못을 인정할 수 있어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