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타원에 가까운 _ 강혜빈

시 쓰는 마케터 2024. 6. 19. 07:14

 

 

 

타원에 가까운

 

                             강혜빈

 

 

정원을 반 바퀴 도는 데 두 계절

 

당분간 입에서 풀냄새가 나도 괜찮니?

잘 봐, 기대와 실망을 한 군데에 심으면 얼마나 잘 자라는지

무른 말에도 잘 베이는 나뭇잎들은 어떻게 초록인지

 

구멍 난 하루를 걸치고 나서는 산책

흰 조랑말들의 발자국이 만든 밤은 길었어

나와 친해진 것들은 하나같이

어두운 곳에서 잘 얼었지

 

뾰족한 얼음들을 재워놓고

내가 나인 것을 참아보기로 했어

칭찬을 한 잔 마시고 싶거든

기다란 혀를 감추고 정확하게 웃어봐

 

너의 끝과 나의 끝은 일직선으로 달라질 수 있어

너무 넓어서 슬픈 정원은 형용사가 될 수 있어

이별은 한 마디의 음절만 가질 수 있어

 

우리를 한 군데에 심으면 누구부터 시들까?

아무렇게나 자란 마음에게는 차가운 물이 좋아

소심한 게 아니라 섬세한 거야

같은 시옷인데 우는 얼굴이 더 깨끗하지

 

너를 절반만 이해하는 데 네 계절

 

나의 위와 너의 아래를 묶고 기다리자

완전한 우리가 될 때까지

우리의 애칭은 늘 그런 식이지

잡초. 멍청이. 잡초. 돌연변이.

 

 

* 2024년 6월 19일 수요일입니다.

새로운 걸 주입하지 않으면 결코 새로운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법입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