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그리움은 게 한마리의 걸음마처럼 _ 황동규

시 쓰는 마케터 2019. 8. 27. 09:21

 

그리움은 게 한마리의 걸음마처럼

                                             황동규


끝간데 없는 갯벌 위를 걷습니다 
모든 것이 고요하기만 합니다 
문득 손톱만한 게 한 마리 
휙 내 앞을 지나갑니다 
어쩐지 그 게 한 마리의 걸음마가 
바닷물을 기다리는 
갯벌의 마음처럼 느껴집니다 
그 마음 그토록 허허롭고 고요하기에 
푸른 물살, 온통 그 품에 
억장 무너지듯 안기고 마는 걸까요 
아아 바닷물처럼 출렁이는 당신이여 
난 게 한 마리 지날 수 없는 
꽉찬 그리움으로 
그대를 담으려 했습니다 
그대 밀물로 밀려올 줄 알았습니다 
텅텅 빈 갯벌 위, 난 지금 
한 마리 작은 게처럼 고요히 걸어갑니다 
이것이, 
내 그리움의 첫 걸음마입니다.


* 2019년 8월 27일 화요일입니다.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좋은 방법들이 생각나는 법입니다.
좀 더 깊이 고민해 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9월 _ 이외수  (0) 2019.09.02
굽이 돌아가는 길 _ 박노해  (0) 2019.08.30
아, 이 열쇠들 _ 문창갑  (0) 2019.08.26
주저하지 말 것 _ 이정하  (0) 2019.08.23
나를 키우는 말 _ 이해인  (0) 2019.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