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속도 _ 이원규

시 쓰는 마케터 2021. 12. 9. 08:33

 

속도

 

                           이원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인간들의 동화책에서만 나온다
만일 그들이 바다에서 경주를 한다면?
미안하지만 이마저 인간의 생각일 뿐
그들은 서로 마주친 적도 없다

비닐하우스 출신의 딸기를 먹으며
생각한다 왜 백 미터를 늦게 달리기는 없을까
만약 느티나무가 출전한다면
출발선에 슬슬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가
한 오백 년 뒤 저의 푸른 그림자로
아예 골인 지점을 지워버릴 것이다

마침내 비닐하우스 속에
온 지구를 구겨 넣고 계시는,
스스로 속성재배 되는지도 모르시는
인간은 그리하여 살아도 백 년을 넘지 못한다

 

 

* 2021년 12월 9일 목요일입니다.

조급해 할수록 빠뜨리는 것이 많은 법입니다.

숨 고르기와 느긋함을 갖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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