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겨울 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 _ 황지우

시 쓰는 마케터 2021. 12. 30. 08:41

 

 

겨울 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

영하 20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받는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5도 영상 13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신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 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 피는 나무이다

 

 

* 2021년 12월 30일 목요일입니다.

겨울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어야 봄을 맞이할 수 있는 법입니다.

강인한 생명력을 키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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