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63

흔들리며 피는 꽃 _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2021년 4월 7일 수요일입니다. 흔들림과 어려움이 없으면 견고한 결과가 나오지 못합니다. 과정을 극복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봄, 봄이여 _ 임영준

봄, 봄이여 임영준 이젠 말라붙은 껍질을 뚫고나오는 헤실거리는 떡잎 같은 추억일랑 가차 없이 묻어버리자 경춘선 열차에서 강변 어느 민박집 마당에서 봄 뿌리까지 짜내던 젊은 합창일랑 흘러가는 대로 흘려버리자 굶주린 그네들의 몸부림도 물안개처럼 모호하게 번져버렸겠지 밤새 지피던 모닥불에 활활 타오르고 말았겠지 한때 냉엄한 바람만 피하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어느덧 달콤한 손길마저 뿌리치게 되었는가 더 이상 눈 돌릴 수 없는 봄, 봄이여 * 2021년 4월 6일 화요일입니다. 귀찮은 것들을 해낼 수 있어야 발전이 있습니다. 게으름을 버리는 봄날의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4월의 노래 _ 박목월

4월의 노래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벨텔의 편지를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지를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을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 2021년 4월 5일 월요일 식목일입니다. 아름다운 계절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한 주입니다. 멋진 봄날의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나무 의자 _ 용혜원

나무 의자 용혜원 나무 의자에 앉아 책을 읽다 생각에 빠진다 어느 숲 속의 나무였을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몇 번이나 지냈을까 어느 새가 날아와 앉아 울고 갔을까 어떤 짐승이 보금자리를 틀고 싶어했을까 나무는 자라가면서 무엇들을 바라보았을까 나무는 여름날 그늘을 잘 만들어 주었을텐데 목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무슨 생각을 하며 만들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의자에 피곤을 기대고 앉아 잠이 들어버렸다 꿈 길에서 큰 나무를 만났다 * 2021년 4월 2일 금요일입니다. 나무가 주는 편안함과 따뜻함이 좋습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주말 편히 쉬세요. 홍승환 드림

나무책상 _ 이해인

나무책상 이해인 숲의 향기 가득히 밴 나무책상을 하나 갖고 싶다 편히 엎디어 공상도 하고 나무냄새 나는 종이를 꺼내 그림도 그리고 편지도 쓰고 시의 꽃을 피우면서 선뜻 나를 내려놓아도 좋을 부담 없는 친구 같은 책상을 곁에 두고 싶다 동서남북 네 귀퉁이엔 비밀스런 꿈도 심어야지 외롭다고 느낄 때마다 살짝 웃어보는 나를 어진 마음으로 받아주는 그 평범해 보이지만 아름다운 깊이로 나를 제자리에 앉히는 향기로운 나무책상을 하나 갖고 싶다 * 2021년 4월 1일 목요일 만우절입니다. 오늘만 애교있는 거짓말을 하고 거짓과 위선이 사라지면 좋겠네요. 재미있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웃음예찬 _ 데일 카네기

웃음예찬 데일 카네기 웃음은 별로 밑천이 들지 않지만 건설하는 것은 많으며, 주는 사람에게는 해롭지 않지만 받는 사람에게는 넘쳐나고, 짧은 인생으로부터 생겨나서 그 기억은 길이 남으며, 웃음 없이 진정한 부자가 된 사람도 없고, 웃음을 가지고 정말 가난한 사람도 없다. 웃음은 가정에 행복을 더하고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친구 사이를 더욱 가깝게 하고 피곤한 자에게 휴식이 되고 실망한 자에게 소망이 되고 우는 자에게 위로가 되며 인간의 모든 독을 제거하는 해독제이다. 그런데 웃음은 살 수도 없고, 빌릴 수도 없고, 도둑질을 할 수도 없는 것이다. * 2021년 3월 31일 수요일입니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로 긍정의 힘을 이야기합니다. 미소를 전달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희망가 _ 문병란

희망가 문병란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 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 2021년 3월 30일 화요일입니다.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 법입니다.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하..

봄이 오면 나는 _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 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와 연못이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 202..

사랑법 _ 강은교

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 2021년 3월 26일 금요일입니다. 가장 큰 하늘은 보이지 않는 등 뒤에 있는 법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백치애인 _ 신달자

백치애인 신달자 나에게는 백치 애인이 있다 그 바보됨됨이가 얼마나 나를 슬프게 하는지 모른다 내가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지 모른다 별볼일 없이 정말이지 우연히 저를 만날까봐서 길거리의 한 모퉁이를 지켜 서서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제 단골다방에서 다방 문이 열릴 때마다 불길 같은 애수의 눈물을 쏟고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또는 시장 속에서 행여 어떤 곳에서도 네가 나타날 수 있으리라는 착각 속에서 긴장된 얼굴을 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이 안타까움을 그는 모른다 밤이면 네게 줄 편지를 쓰고 또 쓰면서 결코 부치지 못하는 이 어리석음을 그는 모른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그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장님이며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며 한 마디도 하지 않으니 그는 벙어리다. 바보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