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63

단추를 달듯 _ 이해인

단추를 달듯 이해인 떨어진 단추를 제자리에 달고 있는 나의 손등 위에 배시시 웃고 있는 고운 햇살 오늘이라는 새 옷 위에 나는 어떤 모양의 단추를 달까? 산다는 일은 끊임 없이 새 옷을 갈아 입어도 떨어진 단추를 제자리에 달듯 평범한 일들의 연속이지 탄탄한 실을 바늘에 꿰어 하나의 단추를 달듯 제자리를 찾으며 살아야겠네 보는 이 없어도 함부로 살아 버릴 수 없는 나의 삶을 확인하며 단추를 다는 이 시간 그리 낯설던 행복이 가까이 웃고 있네 * 2021년 1월 18일 월요일입니다. 출근길 폭설 예보가 빗나갔지만 하루 종일 눈소식이 있다고 하네요. 한 주의 시작,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노래 _ 김혜정

아침의 노래 김혜정 희미한 여명으로 깨어나는 새벽의 부산스러움에 풀잎마다 맺힌 맑은 이슬방울 아침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한다 발길 닿는 곳마다 요동치며 다가오는 숲은 상큼한 공기를 가르고 긴 머리카락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바람은 솔잎 향기 담아오는 산들바람의 향기 어린 손길 풋풋한 정으로 향내 껴안은 잎새는 싱그러운 기쁨으로 빛이 난다 저만치 신비스러운 광명으로 떠오르는 햇살 한줌에 해맑은 이슬 꽃으로 피어나는 아침은 찬란한 아름다움이다 * 2021년 1월 14일 목요일입니다. 미래란 모르는 자에겐 두려움이고 아는 자에겐 즐거움입니다. 아는 것들에 집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향기 _ 이해인

아침의 향기 이해인 아침마다 소나무 향기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고 기도합니다 오늘 하루도 솔잎처럼 예리한 지혜와 푸른 향기로 나의 사랑이 변함없기를. 찬물에 세수하다 말고 비누향기 속에 풀리는 나의 아침에게 인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온유하게 녹아서 누군가에게 향기를 묻히는 정다운 벗이기를 평화의 노래이기를 * 2021년 1월 12일 화요일입니다. 오늘 오후부터는 동장군의 기세가 누그러진다고 하네요. 환절기, 건강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1월 _ 이외수

1월 이외수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위에 내가 서 있다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겠다 한밤중에 바람은 날개를 푸득거리며 몸부림치고 절망의 수풀들 무성하게 자라 오르는 망명지 아무리 아픈 진실도 아직은 꽃이 되지 않는다 내가 기다리는 해빙기는 어디쯤 있을까 얼음 밑으로 소리 죽여 흐르는 불면의 강물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할수록 시간은 날카로운 파편으로 추억을 살해한다 모래바람 서걱거리는 황무지 얼마나 더 걸어야 내가 심은 감성의 낱말들 해맑은 풀꽃으로 피어날까 오랜 폭설 끝에 하늘은 이마를 드러내고 나무들 결빙된 햇빛의 미립자를 털어 내며 일어선다 백색의 풍경 속으로 날아가는 새 한 마리 눈부시다 * 2021년 1월 11일 월요일입니다. 끝까지 해낸다는 것이 성공의 최소 필요충분조건입니다. 지속할 수 있는 최선을 ..

겨울 고해 _ 홍수희

겨울 고해 홍수희 겨울밤엔 하늘도 빙판길입니다 내 마음 외로울 때마다 하나 둘 쏘아 올렸던 작은 기도 점점이 차가운 하늘밭에서 자꾸만 미끄러져 떨어지더니 잠들었던 내 무딘 영혼에 날카로운 파편으로 아프게 박혀옵니다 사랑이 되지 못한 바램 같은 것 실천이 되지 못한 독백 같은 것 더러는 아아, 별이 되지 못한 희망 같은 것 다시 돌아다보면 너를 위한 기도마저도 나를 위한 안위의 기도였다는 그것 온 세상이 꽁꽁 얼어 눈빛이 맑아질 때야 비로소 보이는 그것 겨울은, 나에게도 숨어있던 나를 보게 합니다 * 2021년 1월 6일 수요일입니다. 동장군의 위력을 발휘하는 아침입니다. 건강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길을 보면 - 박노해

길을 보면 박노해 길을 보면 눈물이 난다 누군가 처음 걸었던 길 없는 길 여러 사람이 걷고 걸어 길이 된 길 그 길 하나를 만들기 위해 앞서 걷다 쓰러져간 사람들 자신의 흰 뼈를 이정표로 세워두고 바람처럼 구름처럼 떠나간 사람들 길을 걸으면 그 발자국 소리가 울린다 * 2021년 1월 5일 화요일입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건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맨날 같은 길을 가서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길을 도전해 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새해 인사 _ 김현승

새해 인사 김현승 오늘은 오늘에만 서 있지 말고, 오늘은 내일과 또 오늘 사이를 발 굴러라. 건너 뛰듯 건너 뛰듯 오늘과 또 내일 사이를 뛰어라. 새옷 입고 아니, 헌옷이라도 빨아 입고, 널뛰듯 널뛰듯 이쪽과 저쪽 오늘과 내일의 리듬 사이를 발 굴러라 발 굴러라. 춤 추어라 춤 추어라. * 2021년 1월 4일 월요일 새해의 첫 출근일입니다. 자, 다시 한 번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달력 12장을 힘차게 출발 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평행선 _ 김남조

평행선 김남조 우리는 서로 만나본 적도 없지만 헤어져 본 적도 없습니다. 무슨 인연으로 태어났기에 어쩔 수 없는 거리를 두고 가야만 합니까 가까와지면 가까와질까 두려워하고 멀어지면 멀어질까 두려워하고 나는 그를 부르며 그는 나를 부르며 스스로를 져버리며 가야만 합니까 우리는 아직 하나가 되어본 적도 없지만은 둘이 되어본 적도 없습니다 * 2020년 12월 30일 수요일입니다. 매서운 추위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아침입니다. 건강 챙기시고 차분히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12월이라는 종착역 _ 안성란

12월이라는 종착역 안성란 정신없이 달려갔다. 넘어지고 다치고 눈물을 흘리면서 달려간 길에 12월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하니 지나간 시간이 발목을 잡아 놓고 돌아보는 맑은 눈동자를 1년이라는 상자에 소담스럽게 담아 놓았다. 생각할 틈도 없이 여유를 간직할 틈도 없이 정신없이 또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남겨 버린다. 지치지도 않고 주춤거리지도 않고 시간은 또 흘러 마음에 담은 일기장을 한 쪽 두 쪽 펼쳐 보게 한다.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 하는 인생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어버리는 삶이라지만 무엇을 얻었냐 보다 무엇을 잃어버렸는가를 먼저 생각하며 인생을 그려놓는 일기장에 버려야 하는 것을 기록하려고 한다. 살아야 한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두 가지 모두 중요하겠지만 둘 중 하나를 간직해야 한다면 살아..

물처럼 흘러라 _ 법정스님

물처럼 흘러라 법정스님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살든 그 속에서 물이 흐르고 꽃이 피어날 수 있어야 한다. 물이 흘러야 막히지 않고 팍팍하지 않으며 침체되지 않는다. 물은 한 곳에 고이면, 그 생기를 잃고 부패하기 마련이다. 강물처럼 어디에 갇히지 않고 영원히 흐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 2020년 12월 28일 월요일입니다. 한 해의 마지막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정리와 계획의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