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63

새로운 길 _ 윤동주

새로운 길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길 새로운길 문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길은 언제나 새로운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2020년 9월 3일 목요일입니다. 뭔가 하려는 사람은 '방법'이 보이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핑계'만 보이는 법입니다. 그냥 또 하루를 보내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겠습니다. 홍승환 드림

내 마음은 _ 김동명

내 마음은 김동명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 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로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 2020년 8월 31일 월요일입니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모든 것이 불만족스럽게 느껴집니다. 편협한 마음을 다스리는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토닥토닥 _ 김재진

토닥토닥 김재진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 너는 나를 토닥거린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하고 너는 자꾸 괜찮다고 말한다 바람이 불어도 괜찮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 너는 자꾸 토닥거린다 나도 자꾸 토닥거린다 다 지나간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토닥거리다 잠든다 * 2020년 8월 28일 금요일입니다. 코로나, 장마, 태풍...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다 지나가고, 다 잘 될 거라는 믿음을 갖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안개꽃 _ 정호승

안개꽃 정호승 얼마나 착하게 살았으면 얼마나 깨끗하게 살았으면 죽어서도 그대로 피어 있는가 장미는 시들 때 고개를 꺾고 사람은 죽을 때 입을 벌리는데 너는 사는 것과 죽는 것이 똑같구나 세상의 어머니들 돌아가시면 저 모습으로 우리 헤어져도 저 모습으로 * 2020년 8월 25일 화요일입니다. 자기만을 아는 이기적인 사람들로 다른 사람들이 고통을 받아선 안 됩니다. 다른 사람도 생각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_ 함석헌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2020년 8월 24일 월요일입니다...

나를 위로하는 날 _ 이해인

나를 위로하는 날 이해인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 큰일 아닌데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 들게 하고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고 싶을 때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 이제부터 잘하면 되잖아 조금은 계면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며 조용히 거울 앞에 설 때가 있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동그란 마음 활짝 웃어 주는 마음 남에게 주기 전에 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 위로의 선물이라네 * 2020년 8월 21일 금요일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는 자신에게 달콤한 휴식을 선물해 주세요.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선물같은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_ 이해인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이해인 나는 문득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누군가 이사오길 기다리며 오랫동안 향기를 묵혀둔 쓸쓸하지만 즐거운 빈집 깔끔하고 단정해도 까다롭지 않아 넉넉하고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 한 채의 빈집 어느날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 '음, 마음에 드는데......' 하고 나직이 속삭이며 미소지어 줄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집이 되고 싶다. * 2020년 8월 4일 화요일입니다. 다른 이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는 본인이 만든 것입니다. 본인의 가치를 높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말의 품격 _ 이기주

말의 품격 이기주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그 사람의 품격이 드러나는 법입니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인향은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옵니다. 상대의 단점만을 발견하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 내면이 가난하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과 같습니다. 내면의 수양이 부족한 자는 자기의 실수와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남의 탓만 하기 마련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말하는 법을 배우고 품격있는 말을 사용해야겠습니다. * 2020년 7월 29일 수요일입니다. 그 사람의 언행은 그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법입니다. 자신의 언행을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바라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7월, 여름편지 _ 이해인

7월, 여름편지 이해인 움직이지 않아도 태양이 우리를 못 견디게 만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서로 더욱 뜨겁게 사랑하며 기쁨으로 타오르는 작은 햇덩이가 되자고 했지? 산에 오르지 않아도 신록의 숲이 마음에 들어차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묵묵히 기도하며 이웃에게 그늘을 드리우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자고 했지? 바닷가에 나가지 않아도 파도소리가 마음을 흔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탁 트인 희망과 용서로 매일을 출렁이는 작은 바다가 되자고 했지? 여름을 좋아해서 여름을 닮아가는 초록빛 친구야 멀리 떠나지 않고서도 삶을 즐기는 법을 너는 알고 있구나 너의 싱싱한 기쁨으로 나를 더욱 살고 싶게 만드는 그윽한 눈빛의 고마운 친구야 * 2020년 7월 3일금요일입니다. 근본적인 걸 해결하지 않으..

마중물과 마중불 _ 하청호

마중물과 마중불 하청호 외갓집 낡은 펌프는 마중물을 넣어야 물이 나온다.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땅 속 깊은 곳 물을 이끌어 올려주는 거다. 아궁이에 불을 땔 때도 마중불이 있어야 한다. 한 개비 성냥불이 마중불이 되어 나무 속 단단히 쟁여져 있는 불을 지피는 거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이끌어 올려주는 마중물이 되고 싶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지펴주는 마중불이 되고 싶다. * 2020년 6월 24일 수요일입니다. 처음 시작을 도와주는 무언가가 있으면 큰 힘이 됩니다. 누군가에게 마중물과 마중불이 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