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63

체온의 시 _ 문정희

체온의 시 문정희 빛은 해에게서만 오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그대 손을 잡으면 거기 따스한 체온이 있듯 우리들 마음속에 살아 있는 사랑의 빛을 나는 안다. 마음속에 하늘이 있고 마음속에 해보다 더 눈부시고 따스한 사랑이 있어 어둡고 추운 골목에는 밤마다 어김없이 등불이 피어난다. 누군가는 세상은 추운 곳이라고 말하지만 또 누군가는 세상은 사막처럼 끝이 없는 곳이라고 말하지만... * 2020년 6월 15일 월요일입니다. 머리를 쓰지 않으면 점점 사고력을 잃기 마련입니다.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고민해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스승의 기도 _ 도종환

스승의 기도 도종환 날려보내기 위해 새들을 키웁니다 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당신께서 저희를 사랑하듯 저희가 아이들을 사랑하듯 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당신께 그러하듯 아이들이 저희를 뜨거운 가슴으로 믿고 따르며 당신께서 저희에게 그러하듯 아이들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거짓없이 가르칠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아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저희가 있을 수 있듯 저희가 있음으로 해서 아이들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게 해 주십시오. 힘차게 나는 날개짓을 가르치고 세상을 올곧게 보는 눈을 갖게 하고 이윽고 그들이 하늘 너머 날아가고 난 뒤 오래도록 비어있는 풍경을 바라보다 그 풍경을 지우고 다시 채우는 일로 평생을 살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저..

구름 _ 이성선

구름 이성선 구름은 허공이 집이지만 허공엔 그의 집이 없고 나무는 구름이 밟아도 아파하지 않는다 바람에 쓸리지만 구름은 바람을 사랑하고 하늘에 살면서도 마을 샛강에 얼굴 묻고 웃는다 구름은 그의 말을 종이 위에 쓰지 않는다 꺾어 흔들리는 갈대 잎새에 볼 대어 눈물짓고 낙엽 진 가지 뒤에 기도하듯 산책하지만 그의 유일한 말은 침묵 몸짓은 비어 있음 비어서 그는 그리운 사람에게 간다 신성한 강에 쓰고 나비 등에 쓰고 아침 들꽃의 이마에 말을 새긴다 구름이 밟을수록 땅은 깨끗하다 * 2020년 5월 12일 화요일입니다. 미래를 알 수는 없지만 미래를 준비할 수는 있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내 마음은 _ 김동명

내 마음은 김동명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오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 없이 타오리다. * 2020년 3월 30일 월요일입니다. 마음이 아름답지 못한 사람은 언행에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선한 마음을 갖는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몸이 움직인다 _ 정현종

몸이 움직인다 정현종 몸을 여기서 저기로 움직이는 건 몸이 여기서 저기로 가는 건 거룩하다. 여기서 저기로 저기서 여기로 가까운 데 또는 멀리 움직이는 건 거룩하다 삶과 죽음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욕망과 그 그림자 - 슬픔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나와 한없이 가까운 내마음 나에게서 한없이 먼 내 마음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바깥은 가이 없고 안도 가이 없다. 안팎이 같이 움직이며 넓어지고 깊어진다 몸이 움직인다 * 2020년 1월 8일 수요일입니다. 꾸준한 노력이 함께하지 않는 희망은 몽상에 불과합니다. 원하는 것을 위해 노력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마음의 등대 하나 세우며 _ 도종환

마음의 등대 하나 세우며 도종환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하라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태산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교만하지 않으면서도 당당한 삶 비굴하지 않으면서도 겸손한 삶 역경이 닥쳤을 때든 그것을 극복했을 때든 늘 평상심으로 살아가는 삶 유연하되 원칙을 잃지 않는 삶 어려울 때마다 근본으로 돌아가 거기서 다시 시작하는 삶 그렇게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기원한다 * 2019년 9월 17일 화요일입니다. 기본기가 없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밑천이 드러납니다. 근본이 되는 것들에 충실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굽이 돌아가는 길 _ 박노해

굽이 돌아가는 길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진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 2019년 8월 30일 금요일입니다. 때로는 직선보다는 곡선이 훨씬 적절할 때가 있습니다. 곡선이 주는 여..

그리움은 게 한마리의 걸음마처럼 _ 황동규

그리움은 게 한마리의 걸음마처럼 황동규 끝간데 없는 갯벌 위를 걷습니다 모든 것이 고요하기만 합니다 문득 손톱만한 게 한 마리 휙 내 앞을 지나갑니다 어쩐지 그 게 한 마리의 걸음마가 바닷물을 기다리는 갯벌의 마음처럼 느껴집니다 그 마음 그토록 허허롭고 고요하기에 푸른 물살, 온통 그 품에 억장 무너지듯 안기고 마는 걸까요 아아 바닷물처럼 출렁이는 당신이여 난 게 한 마리 지날 수 없는 꽉찬 그리움으로 그대를 담으려 했습니다 그대 밀물로 밀려올 줄 알았습니다 텅텅 빈 갯벌 위, 난 지금 한 마리 작은 게처럼 고요히 걸어갑니다 이것이, 내 그리움의 첫 걸음마입니다. * 2019년 8월 27일 화요일입니다.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좋은 방법들이 생각나는 법입니다. 좀 더 깊이 고민해 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나를 키우는 말 _ 이해인

나를 키우는 말 이해인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어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 2019년 8월 21일 수요일입니다. 좋은 말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좋은 말로 주위에 힘을 주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깊은 물 _ 도종환

깊은 물 도종환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 이 저녁 그대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 돌아오는 길에도 시간의 물살에 쫓기는 그대는 얕은 물은 잔들만 만나도 소란스러운데 큰 물은 깊어서 소리가 없다 그대 오늘은 또 얼마나 소리치며 흘러갔는가 굽이 많은 이 세상의 시냇가의 여울은 * 2019년 8월 20일 화요일입니다. 깊이가 있어야 넓을 수도 있는 법입니다. 얕음에서 깊음으로 나아가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