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시 1333

둥근 생각 _ 차영섭

둥근 생각                          차영섭  해는 둥글다 항상달도 둥글다 가끔은지구도 둥글다 말한다 땅에서는 나는 걸 보니사과도 둥글고수박도 둥글다 계절도 돌고 도니둥글다 봄 여름 가을 겨울빗방울도 이슬도둥글고 둥글다 이 모든 것이 둥근 걸 보니하늘의 생각이 둥근가 보다사람의 생각도 둥근가? 내 생각이 둥글지 않다면조약돌처럼 다음어 보고꽃들처럼 속으로 꽃 피울 순 없을까  * 2024년 9월 4일 수요일입니다.시간이 흐를수록 둥글게 다듬어지기 마련입니다.모나지 않게 부드러운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9월이 오면 _ 김사랑

9월이 오면                            김사랑  들에다 바람을 풀어주세요타오르는 불볕 태양은이제 황금빛으로 바꿔주시고거두어 드릴 것이 없어도삶을 아프게 하지 마소서 그동안 사랑없이 산 사람이나그동안 사랑으로 산 사람이나공평하게 시간을 나누어 주시고풍요로운 들녘처럼생각도 여물어 가게 하소서 9월이 오면인생은 늘 즐겁지는 않으나그렇다고 슬픔뿐이아니라는 걸 알게 하시고가벼운 구름처럼 살게 하소서 고독과 방황의 날이 온다 해도사랑으로 살면 된다 하였으니따가운 햇살과 고요히 지나는 바람으로달콤한 삶과 향기를 더해아름다운 생이게 하소서 진실로 어두운 밤하늘빛나는 별빛과 같이들길에 핀 풀꽃처럼마음에 쌓여드는 욕심을 비워두시고참으로 행복하기만 하소서  * 2024년 9월 3일 화요일입니다.한쪽의 ..

9월 _ 이외수

9월                          이외수  가을이 오면그대 기다리는 일상을 접어야겠네간이역 투명한 햇살 속에서잘디잔 이파리마다 황금빛 몸살을 앓는탱자나무 울타리기다림은 사랑보다 더 깊은 아픔으로 밀려드나니그대 이름 지우고종일토록 내 마음 눈시린 하늘 저 멀리가벼운 새털구름 한 자락으로나 걸어 두겠네  * 2024년 9월 2일 월요일입니다.가을이 담긴 새로운 달력 한 장을 선물 받았습니다.9월 한 달 멋지고 행복한 일들로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홍승환 드림

여름 새벽 _ 엄국현

여름 새벽                          엄국현  풀잎 헤치면여름 새벽이 숨어 있다쉽게 들키지만누가 영혼을 다치고 싶겠는가맨살 젖어이슬 남기고 사라지는 밤알았다숨은 자는 왜 아름다운가  * 2024년 8월 30일 금요일입니다.몸보다 생각이 늙는 걸 경계해야 합니다.남의 말에 귀기울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기도 _ 나태주

기도                          나태주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면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추운 사람이라면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더욱이나 내가 비천한 사람이라면나보다 더 비천한 사람을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때때로스스로 묻고스스로 대답하게 하여 주옵소서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 2024년 8월 28일 수요일입니다.인생의 가장 기본은 모든 것에서 밝은 면을 바라보는 것입니다.긍정의 힘을 발휘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바람의 노래 _ 김순곤

바람의 노래                           김순곤  살면서 듣게 될까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세월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꽃이 지는 이유를 나를 떠난 사람들과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 2024년 8월 27일 화요일입니다.행복하게 여행하려면 가볍게 여행해야 합니다.무거운 것들을 버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산그늘 _ 심수향

산그늘                         심수향  너무 많은 것을 그리워하다더 이상 그리워할 것이 없어졌을때섶 다리 건너 산그늘이 찾아왔다기다림에 지친 어머니의 그늘 짙은 날은내 눈에도 파리한 그늘이 드리워졌다그런 날 무논 옆 묏등에 혼자 쭈그리고 있으면내 앞에 말없이 발끝 문지르며 서 있던 산 그림자그도 그늘로 사는 것이 무척 힘겨웠을 것이다사람의 그늘이 짙어질 때는산의 그늘도 함께 깊어지는 것내 그늘이 부쩍 넓이를 더해 가는 곳으로서늘한 산그늘이 성큼성큼 따라오고 있다.  * 2024년 8월 26일 월요일입니다.성공은 열정을 읿지 않고 실패를 거듭하는 것입니다.열정을 간직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하늘 도서관 _ 최승자

하늘 도서관                              최승자  오늘도 하늘 도서관에서낡은 책 한 권 빌렸다.되도록 허름한 생각들을 걸치고 산다.허름한 생각들은 고독과 같다.고독을 빼앗기면물을 빼앗긴 물고기처럼 된다. 21세기에도 허공은 있다.바라볼 하늘이 있다. 지극한 無로서의 虛를 위하여虛無가 아니라 無虛를 위하여허름한 생각들은 아주 훌륭한 옷이 된다. 내일도 나는 하늘 도서관에서낡은 책 한 권 빌리리라.  * 2024년 8월 23일 금요일입니다.낡고 오래된 것들이 주는 편안함이 있습니다.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추억을 위한 레시피 _ 정경란

추억을 위한 레시피                                    정경란오늘의 요리법은 굽기예요 당신은여태 버리지 못한 아픈 기억하나만 들고 오세요제대로 굽기 위해선 불 조절이 중요해요.너무 센 불에 두면프라이팬이 먼저 타버리지요아픈 기억도 어쩌면 서두른 탓인지 몰라요상대방이 마음의 문을 열기도 전에너무 뜨거워진 당신을 들켜버린 건 아닌지저요?저도 마찬가지랍니다숯이 된 기억들을 버리면서후다닥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더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겉이 먹음직스러우면 속이 날것이고속이 익었다 싶으면 겉은 까맣게 타버리지요저 여린 불꽃을 봐요단단한 기억의 육질을 서서히 누그러뜨리는은근함을사람과 사람 사이에도적당한 온도가 필요한가 봐요구수한 추억을 원한다면 먼저당신의 심지를 조절하세요   * 2024..

느린 행복 _ 김춘경

느린 행복                       김춘경  가끔은 말야빠른 것이 싫을 때가 있지짧은 사랑은 그리움을 낳고그리움이 꿈이 되면깨어남이 허무하듯이떠나는 것들은 거의슬픔을 남기거든잠시만 기쁨을 주고사라져 간 그런 것들은 말야 살다 보면더딜수록 좋은 게 있지길은 천천히 걸어야더 많은 걸 바라볼 수 있고바람은 느리게 닿아야더 지그시 눈 감을 수 있듯이느릴수록 좋은 게 있지오래오래행복하고 싶은 것들그런 것들은 말야  * 2024년 8월 20일 화요일입니다.느리게 할 수록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오늘은 느릿느릿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