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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집게 _ 김경복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by 시 쓰는 마케터 2024. 3. 5.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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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집게

 

                         김경복

 

 

겨울잔디 시린 발목

아랫목 이불 속으로 밀어넣듯

땅 밑으로 밑으로 오그리는데

바지랑대 치워버린 빨랫줄

빈 집게만이 쪼로록

참새새끼같이 떨고 있다

양말이며 청바지며

바람이 훔쳐 가겠다고 넘어올 때마다

'빼앗길 수 없어'

끝까지 악물던 입술

이젠 잿빛 산그림자만 물었구나

걷어진 빨래들과 그 욕심들은

서랍장 속에 개켜지고

흔들리는 건 가슴 속 풀냄새

바람도 낯설은 듯 등 돌리는데

진종일 싸락눈에 시달린

그 입술이 시려워

자꾸 내 입술이 깨물어진다

옷장 밑에 숨겨 두었던 옛날들을

다시 널어야 할 것 같다.

 

 

* 2024년 3월 5일 화요일입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는 경칩니다.

봄을 준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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