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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_ 정호승

사랑 정호승 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모든 애인들이 끝끝내 지키는 깨끗한 눈물 오늘도 나는 그대를 사랑하는 날보다원망하는 날들이 더 많았나니창 밖에 가난한 등불 하나 내어 걸고기다림 때문에 그대를 사랑하고사랑하기 때문에 그대를 기다리나니 그대는 결국 침묵을 깨뜨리는 침묵아무리 걸어가도 끝없는 새벽길새벽 달빛 위에 앉아 있던 겨울산작은 나뭇가지 위에 잠들던 바다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던 사막의 마지막 별빛언젠가 내 가슴 속 봄날에 피었던 흰 냉이꽃 * 2026년 10월 27일 화요일입니다.변치 않는 것에 가장 많은 사랑을 쏟아부어야 합니다.하루치의 낭만과 여유를 가..

달콤한 인생 _ 권현형

달콤한 인생 권현형 이마 흰 사내가 신발을 털고 들어서듯눈발이 마루까지 들이치는어슴푸른 저녁이었습니다어머니와 나는 마루에 나앉아밤깊도록 막걸리를 마셨습니다설탕을 타마신 막걸리는 달콤 씁쓰레한 것이아주 깊은 슬픔의 맛이었습니다자꾸자꾸 손목에 내려 앉아마음을 어지럽히는 흰 눈막걸리에 취해이제사 찾아온 이제껏 기다려 온먼 옛날의 연인을 바라보듯이어머니는 젖은 눈으로흰 눈, 흰 눈만 바라보고 계셨습니다초녀적 아버지의 제삿상을 물린 끝에맞이한 열다섯 겨울첫눈 내리는 날이었습니다어머니는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며나는 다가올 첫사랑을 기다리며첫눈 내리는 날이면댓잎처럼 푸들거리는 눈발 속에서늘 눈막걸리 냄새가 납니다 * 2026년 10월 21일 수요일입니다.어떤 추억들은 냄새..

꽃 속에도 길이 있었네 _ 김경수

꽃 속에도 길이 있었네 김경수 꽃 속에도 길이 있었네꽃잎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보면온갖 꽃잎으로 치장된 꽃들만의 길인생의 무거운 짐을 지고서도기쁘게 걸어갈 수 있는 길꽃향기로 온몸을 감싼 채神이 묻어놓은 이정표를꽃길을 통해서 볼 수 있다네생명이 휘발되고 나면 쓰레기로 남는 나는꽃길을 걷고 또 걸어내 자신의 형체를 없애버리려고 하네잠시 눈감으면 나는 버려질 것이므로아득해지기 시작하는 정신을 간신히 잡고감기어오는 눈을 억지로 뜬 채계속 꽃 속의 길을 걸어간다네가도 가도 끝은 보이지 않고끝없이 걷기만 하는 나의 처진 어깨만 본다네꽃 속으로 난 길은 저녁 별을 통해 보는쓸쓸한 우주의 한 풍경이네꽃 속의 길을 걸으며향기롭게 사라진 그리운 이름들..

기도 _ 나태주

기도 나태주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면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추운 사람이라면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더욱이나 내가 비천한 사람이라면나보다 더 비천한 사람을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때때로스스로 묻고스스로 대답하게 하여 주옵소서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 2026년 10월 19일 월요일입니다.스스로를 잘 알아야 좋은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자아를 성찰해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뿌리 _ 양광모

뿌리 양광모 사람은 기도하는 식물누구나 뿌리 내리고 살아 가나니 어떤 이는 꿈에어떤 이는 돈에어떤 이는 명예에어떤 이는 권력에어떤 이는 사랑에뿌리를 뻗으며 살아 간다네 태풍이 부는 날이면 알게 되리누가 뿌리째 뽑혀 허공으로 날아 가는지 * 2026년 10월 16일 금요일입니다.뿌리가 튼튼해야 잘 자라고 잘 버티는 법입니다.기초를 튼튼하게 만드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Roots Yang Kwang-mo Humans are praying plants;everyone lives by striking down roots.Some reach their roots..

완벽한 것은 없다 _ 박노해

완벽한 것은 없다 박노해 나는 기다리고 버티는 것의 대가내 맘에 꼭 들고 나에게 딱 맞는그 하나를 만날 때까지결여를 견뎌내고 비워두는 선수 그러나 나는 안다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는 걸완벽한 건 오직 죽음뿐이란 걸살아있는 인간에게 꼭 맞는 것은 없다그때 거기서 내게 알맞은 것이 있을 뿐 사람은 변하고 시대도 변하고내 안목의 의식도 인연도 변하고지금 내게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내가 성숙하고 저만치 나아가면더는 맞지 않고 낡아지고 마는 것을 뜻이 맞고 마음이 맞다면완벽하기를 바라는 희망을 품되아쉬운 결여를 결여 대로 남겨두고다가올 여지를 비운 채로 열어두고진실한 마음으로 함께 나아가는 것 비어있고 모자라고 내게 완벽한 너,우리 서로 감싸주고 채워주면서나랑..

하루의 우연 _ 박소진

하루의 우연 박소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다 잠깐 든 생각에다시 문을 닫았다갑자기 문득 포트에 물을 끓여야 한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려고 침대에 누우려다 잠깐 든 생각이굽이쳐 다시 일어났다그러다 오늘 무엇인가 했어야만 했던 일들에소스라쳐 눈을 떴다 반복의 소리에 바퀴가 굴러간다하루 동안 바스락댄 소리들은저마다 몸에 새긴 음표의 순서를 기억해서내일도 소란스러울 거다 오늘 나를 거쳐 간 대화들은기억의 바퀴에 끼어 내쳐지지 않는 한귓가로 흘러들어갈 것이다 지금의 이야기들이 내일에 머물러한낮의 허리에 오늘의 소란이 살며시그랬엇지 하면 더듬는 손짓의 끝머리에기억과 이야기를새겨 넣는다 포트에 물이 다 끓엇다 * 2026년 10월 14일 수요일입니다.반복되는 우..

갈매기 _ 천상병

갈매기 천상병 그대로의 그리움이갈매기로 하여금구름이 되게 하였다. 기꺼운 듯푸른 바다의 이름으로흰 날개를 하늘에 묻어 보내어 이제 파도도빛나는 가슴도구름을 따라 먼 나라로 흘렀다. 그리하여 몇 번이고몇 번이고날아오르는 자랑이었다. 아름다운 마음이었다. * 2026년 10월 13일 화요일입니다.제법 많은 가을비가 내리는 아침입니다.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Seagull Cheon Sang-byeong A longing just as it wascaused the seagullto become a cloud.As if ..

어부 _ 김종삼

어부 김종삼 바닷가에 매어둔작은 고깃배날마다 출렁거린다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날 기적이 된다고사노라면많은 기쁨이 있다고 * 2026년 10월 12일 월요일입니다.살아온 날들이 살아갈 날들을 만드는 법입니다.미래를 만드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The Fisherman Kim Jong-samA small fishing boattied to the seashoresways and lurches day after day.At times, it..

짜증이 날 때면 _ 박노해

짜증이 날 때면 박노해 별에서 온 너와 나라서별 것 아닌 일로 짜증 내고너 때문이야 속상하고 그러다 돌아서면미움보다 왠지 미안해져서나 빛을 잃은 별만 같아서 슬퍼지다가 그랬어짜증 낼 수 있는 네가 있어 고마워네게도 짜증 낼 수 있는 내가 있잖아 * 2026년 10월 8일 목요일입니다.미운정이 고운정보다 더 애틋할 수 있습니다.주변에 정을 전달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When Irritation Arises Park No-haeBecause you and I came from the stars,we g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