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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생각들 _ 김유자

모래의 생각들 김유자 밤에 닿았지하얀 소리에 닿았지방송이 끝난 티브이 화면처럼파도가 눈동자를 밤새 핥았지어둠에 고여 있던 것들은 쓸려 가지 않고 불 꺼진 연인들밀려온 아이들흔들리는 배낭 아래 몸을 뒤채는 모래들흙 묻은 적 없는 작은 발이 걸어갔을 발자국에 대해 모래가 생각한다모래의 생각을 파도가 읽을 때발과 신발이 생각하는 것은 서로 달라서그 사이를 끝없이 파고드는 모래들주인 없는 발자국들 바람이 버석거리는 이마를 조금씩 뜯어 가고바다도 해송도 나도 하나의 점이 될 때엄마, 부르며 책가방을 벗어던지는 아이처럼재잘거리는 집은 너무 멀다 주저앉아 헐거워진 신발을 뒤집으면떨어지는 모래의 생각들 * 2026년 9월 22일 화요일입니다.신발 속에 작은 모래알..

오래된 미래 _ 천양희

오래된 미래 천양희 저 오래된 하늘은저 오래된 산은저 오래된 바위는저 오래된 바다는오래되어도 자연이구나오래된 자연이 오래된 미래로구나오래된 것이 미래를 만드는구나 * 2026년 9월 21일 월요일입니다.오래된 것들이 갖고 있는 힘이 있습니다.변하지 않는 것들에 주목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An Ancient Future Cheon Yang-hee That ancient sky,that ancient mountain,that ancient rock,that ancient sea—even as they age, they ar..

고래를 위하여 _ 정호승

고래를 위하여 정호승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푸른 바다가 아니지마음속에 푸른 바다의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올라별을 바라본다나도 가끔 내 마음속의 고래를 위하여밤하늘 별들을 바라본다 * 2026년 9월 18일 금요일입니다.동경하는 무언가가 없다면 삶은 무료할 뿐입니다.푸른바다의 고래를 찾아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For the Whale Jung Ho-seung If there is no whal..

최초의 그가 있어 _ 박노해

최초의 그가 있어 박노해 세계 어디에나 농부는 있다그는 최초의 밥상이니까 세계 어디에나 노동은 있다그는 최초의 생산자니까 세계 어디에나 아이는 있다그는 최초의 걸음이니까 세계 어디에나 의인은 있다그는 최후의 희망이니까 아무리 힘들고 어려움이 많아도세상이 끝난 듯 말하지 말 일이다 최초의 사람만 있다면우린 다시 일어설 테니 최후의 사람이 있는 한우린 끝나지 않을 테니 * 2026년 9월 17일 목요일입니다.최초에도 최후에도 희망이 있어야 합니다.권선징악, 사필귀정의 세상을 꿈꿉니다. 홍승환 드림 ============================== Because the First Exists ..

주목을 받다 _ 장정일

주목을 받다 장정일 아무것도 아닌 것아무것도 아닌 것들단지, 지루하리만큼 긴 비명뼛속까지 내려간 울음그러나, 격문은 아닌 것호소도 아닌 것아무것도 아닌 그런 것들이, 주목을 받다- * 2026년 9월 16일 수요일입니다.하나씩 하나씩 해결해야 복잡함을 덜 수 있습니다.순서대로 하나씩 해결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Receiving Attention Jang Jung-il Things that are nothing at all,things that are nothing—merely, a scream as lon..

자유 _ 박경리

자유 박경리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은자기 자신에게구속돼 있는 것을 알지 못한다.자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밤이 이렇게 가고 있다.싸아 소리를 내며 지나가고 있다.시간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자유를 논할 자격이 없다. 죽음을 인식하는 사람도결코 자유롭지는 못하다.자유는 미사여구에 불과하며자유는 자기기만 이외 아무것도 아니다. * 2026년 9월 14일 월요일입니다.자유는 스스로에게서 말미되는 것입니다.속박을 벗어나 자유로운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Freedom Park Kyung-ri Those who advocate for freedomdo not real..

절망을 뜯어내다 _ 김양희

절망을 뜯어내다 김양희 우리를 탈출한 고릴라가 돌아다닌다 어떻게 나갔어대체 비결이 뭐야 철망을 하루에 한 칸씩 나도 몰래 뜯었지 절망을 뜯어냈다고?철망을 뜯어냈다고! 오타를 고치려다 눈이 주운 어휘 한 잎 절망을 하루에 한 줌 몰래 뜯어내야지 * 2026년 9월 11일 금요일입니다.복잡한 문제들도 실마리를 찾아 찬찬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잘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를 갖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Plucking Away Despair Kim Yang-hee A gorilla that ..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_ 도종환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도종환피었던 꽃이 어느새 지고 있습니다.화사하게 하늘을 수놓았던 꽃들이지난 밤비에 소리없이 떨어져하얗게 땅을 덮었습니다.꽃그늘에 붐비던 사람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화사한 꽃잎 옆에 몰려 오던 사람들은제각기 화사한 기억속에 묻혀 돌아가고아름답던 꽃잎 비에 진 뒤 강가엔마음없이 부는 바람만 차갑습니다.아름답던 시절은 짧고살아가야 할 날들만 길고 멉니다.꽃 한송이 사랑하려거든 그대여...생성과 소멸, 존재와 부재까지 사랑해야 합니다.아름다움만 사랑하지 말고 아름다움 지고 난 뒤의정적까지 사랑해야 합니다.올해도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 2026년 9월 10일 목요..

뜸 _ 정희경

뜸 정희경 쌓이는 시간 위로 마른 쑥을 놓는다닳아진 관절에도 늘어난 힘줄에도바쁘게 달려온 오늘 뜸 들이는 중이다속속들이 뜸이 들어 익어가는 쉰 고갯길잃었던 초록 들판 쑥향이 묻어온다주름진 내일의 날씨 탱탱하게 풀린다 * 2026년 9월 9일 수요일입니다.무언가 만들어지는데는 시간이 필요한 법입니다.정성스럽게 뜸을 들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Moxibustion Jung Hee-kyung Upon the piling time, dried mugwort is placed.On worn-out joints and stretched tendons,I am..

책은 세 번 읽는다 _ 박노해

책은 세 번 읽는다 박노해 책은, 세 번 읽는다 한 번 훑고 버려진 책은책이 아니다 두 번 읽고 줄 친 책은그냥 책이다 나이 들고 문득 다시세 번째 읽은 책 처음 본 듯 경이로운아스라한 심연의 책 생의 경륜이 깊어갈수록거듭 새롭게 발견되는 책 시원과 영원이 메아리치며영감과 계시로 울려오는 책 그 한 권의 책을 향해나는 모든 책을 뚫고 나간다 세상 어딘가에 묻혀있는단 한 권의 책, 너를 향하여 * 2026년 9월 8일 화요일입니다.오래된 책에서 나는 향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책 한 권 꺼내 읽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Reading a Book Three Tim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