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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을 넘어서 _ 장석남

낮과 밤을 넘어서 장석남 낮과 밤의 대화를 엿듣노라는집 뒤의 소나무빛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단속이 열심인가지가지마다의 얼굴뭐 펄쩍 뛸 일은 되도록맞지 않겠노라는그 그늘 가에서가을을 논하노니하늘 올려 보는 찡그림도나쁜 일은 아니야 * 2026년 11월 6일 금요일입니다.내일 입동에는 서울도 영하권으로 떨어진다고 하네요.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 Beyond Day and Night Jang Seok-nam Overhearing the dialogue o..

남겨진 문장 _ 홍숙영

남겨진 문장 홍숙영 별이 보이지 않는다고사라진 것은 아니다다만 우리가 보지 못할 뿐우거진 도시의 빌딩 숲에 갇혀절제된 리듬으로 금속판을 두드리는너를 찾기 위해검은 구름 아래 얼굴을 들이밀며밤새 두리번거렸다오후 산책길에 만난 버즘나무도커다란 잎을 떨구며 흐느끼고 있었다이제는 그만 날 선 글을 멈추고호흡을 가다듬어 눈을 맞추자도시의 가장 외딴섬이 되어모질게 부는 외풍을 맞으며깜부기를 쬐는 그대 앞에 있으니남은 문장이 낮게 내려와 꽂힌다 * 2026년 11월 4일 수요일입니다.정리를 해야 무엇이 필요하지 않은지 알 수 있습니다.필요없는 것들을 과감히 버리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The Remain..

단풍 들고 싶다 _ 최옥

단풍 들고 싶다 최옥 이 가을 나도단풍들고 싶다눈부신기다림의 색깔에나의 전부를물들이고 싶다그리하여머물 수 없는 바람도내 가슴에머물게 하고창백한 우리 사랑에고운 빛깔을입히고 싶다 * 2026년 11월 3일 화요일입니다.변해야 아름다워지는 것들이 있습니다.아름답게 변해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I Want to Turn into Autumn Leaves Choi Ok This autumn, I toowant to turn into autumn leaves.In the dazzlingcolor ..

가을 산길 _ 도종환

가을 산길 도종환 구절초 빛깔도 곱게 피어 있었는데멈칫멈칫하다가 거기 두고 왔네코스모스 줄지어 여린 손 흔드는데발을 멈추려다 그냥 지나쳐 왔네그냥 두고 가라고 저녁 바람이 일러주었네혼자 고개를 넘다 몇번 뒤돌아보았네이렇게 혼자 고개를 넘는 거라고좋은 것들도 다 거기 두고 가는 거라고가져갈 게 많지 않다는 걸 알지 않느냐고가을이 가까이 와 가만가만 일러주었네 * 2026년 11월 2일 월요일입니다.가진 걸 하나둘 내려놓는 계절 가을입니다.버리고 가벼워지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Autumn Mountain Path Do Jong..

쓰레기를 분류하다가 _ 서정란

쓰레기를 분류하다가 서정란 빈 병은 병대로플라스틱은 그것대로우유팩은 팩대로 등등세심한 손길이 필요한 쓰레기 분류작업가끔은 귀찮기도 하지만나중내 돌아갈 곳을 생각해 본다 쭉정이는 쭉정이대로알곡은 알곡대로뿌린대로 거두리라는그분의 말씀선택의 폭이 너무 좁아 그곳에도 혹시재활용으로 분류하는 그런 작업은 없을까 * 2026년 10월 30일 금요일입니다.정리정돈하지 않으면 계속 쌓이기만 합니다.질서를 찾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Sorting the Trash Seo Jeong-ran Glass bottles wit..

바람을 기다리는 일 _ 정끝별

바람을 기다리는 일 정끝별 찔레와 포플러와 길과 물과 함께 있던늘어진 버드나무 밑에 기대앉던자운영과 골풀을 쓰러뜨리며 함께 눕던우포 물 언저리 빗방울로 맺히던 물위에 초록 기둥을 세우고좀개구리밥꽃처럼 작은 방을 들이고소금쟁이 지나는 길목에 덜컥 꽃을 피우고개구리마저 튀어 오르는 물밑으로 열매를 맺고 큰물이 흔쾌히 거두어갈 때까지빗방울이 화석이 될 때까지늪이 물이 될 때까지발목을 쥐고 있는물에 뜬 사랑 눈이 머는 일마음이 먼저 먹히는 일먹먹힌 물이 되는 일저 갯버들 가지에 치마를 걸어놓고오지 않는 바람을 기다리는 일고여 있으되 오래 썩지 않는 일 여기 중독된 불멸 * 2026년 10월 29일 목요일입니다.어떤 일이던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법입..

나무 _ 김용택

나무 김용택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봄이었어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여름이었어니, 그 나무 아래 누워 강물 소리를 멀리 들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가을이었어나, 그 나무에 기대서서 멀리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강물에 눈이 오고 있었어강물은 깊어졌어한없이 깊어졌어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다시 봄이었어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있었지 그냥,있었어 * 2026년 10월 28일 수요일입니다.겨울바람같은 공기가 느껴지는 아침입니다.큰 일교차에 주의하시고 건강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사랑 _ 정호승

사랑 정호승 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모든 애인들이 끝끝내 지키는 깨끗한 눈물 오늘도 나는 그대를 사랑하는 날보다원망하는 날들이 더 많았나니창 밖에 가난한 등불 하나 내어 걸고기다림 때문에 그대를 사랑하고사랑하기 때문에 그대를 기다리나니 그대는 결국 침묵을 깨뜨리는 침묵아무리 걸어가도 끝없는 새벽길새벽 달빛 위에 앉아 있던 겨울산작은 나뭇가지 위에 잠들던 바다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던 사막의 마지막 별빛언젠가 내 가슴 속 봄날에 피었던 흰 냉이꽃 * 2026년 10월 27일 화요일입니다.변치 않는 것에 가장 많은 사랑을 쏟아부어야 합니다.하루치의 낭만과 여유를 가..

달콤한 인생 _ 권현형

달콤한 인생 권현형 이마 흰 사내가 신발을 털고 들어서듯눈발이 마루까지 들이치는어슴푸른 저녁이었습니다어머니와 나는 마루에 나앉아밤깊도록 막걸리를 마셨습니다설탕을 타마신 막걸리는 달콤 씁쓰레한 것이아주 깊은 슬픔의 맛이었습니다자꾸자꾸 손목에 내려 앉아마음을 어지럽히는 흰 눈막걸리에 취해이제사 찾아온 이제껏 기다려 온먼 옛날의 연인을 바라보듯이어머니는 젖은 눈으로흰 눈, 흰 눈만 바라보고 계셨습니다초녀적 아버지의 제삿상을 물린 끝에맞이한 열다섯 겨울첫눈 내리는 날이었습니다어머니는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며나는 다가올 첫사랑을 기다리며첫눈 내리는 날이면댓잎처럼 푸들거리는 눈발 속에서늘 눈막걸리 냄새가 납니다 * 2026년 10월 21일 수요일입니다.어떤 추억들은 냄새..

꽃 속에도 길이 있었네 _ 김경수

꽃 속에도 길이 있었네 김경수 꽃 속에도 길이 있었네꽃잎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보면온갖 꽃잎으로 치장된 꽃들만의 길인생의 무거운 짐을 지고서도기쁘게 걸어갈 수 있는 길꽃향기로 온몸을 감싼 채神이 묻어놓은 이정표를꽃길을 통해서 볼 수 있다네생명이 휘발되고 나면 쓰레기로 남는 나는꽃길을 걷고 또 걸어내 자신의 형체를 없애버리려고 하네잠시 눈감으면 나는 버려질 것이므로아득해지기 시작하는 정신을 간신히 잡고감기어오는 눈을 억지로 뜬 채계속 꽃 속의 길을 걸어간다네가도 가도 끝은 보이지 않고끝없이 걷기만 하는 나의 처진 어깨만 본다네꽃 속으로 난 길은 저녁 별을 통해 보는쓸쓸한 우주의 한 풍경이네꽃 속의 길을 걸으며향기롭게 사라진 그리운 이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