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고 하찮은 것 안도현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내 몸에 들어올 때가 있네도꼬마리의 까실까실한 씨앗이라든가내 겨등랑이에 슬쩍 닿는 민석이의 손가락이라든가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아와서 나를 갈아엎는치통이라든가귀틀집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라든가수업 끝난 오후의 자장면 냄새 같은 거내 몸에 들어와서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마구 양푼 같은 내 가슴을 긁어댈 때가 있네사내도 혼자 울고 싶을 때가 있네고대광실 구름 같은 집이 아니라구름 위에 실컷 웅크리고 있다가때가 오면 천하를 때릴 천둥 번개 소리가 아니라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내 몸에 들어오면나는 견딜 수 없이 서러워져소주 한 잔 마시러 가네소주.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내 몸이 저의 감옥인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