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_ 이준관

시 쓰는 마케터 2024. 6. 5. 08:02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이준관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음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 2024년 6월 5일 수요일입니다.
천천히 구불구불 돌아가야만 만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더운 날씨 천천히 움직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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