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경
도종환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 왔지만
잠시 머물고 곧 지나가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 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 2024년 8월 1일 목요일입니다.
한가해지면 좋아하는 일을 해야지 하는 생각은
좋아하는 일에 대한 실례입니다.
작게라도 시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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