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추억을 위한 레시피 _ 정경란

시 쓰는 마케터 2024. 8. 21. 07:44

 

 

 

추억을 위한 레시피

 

 

                                  정경란



오늘의 요리법은 굽기예요 당신은
여태 버리지 못한 아픈 기억
하나만 들고 오세요

제대로 굽기 위해선 불 조절이 중요해요.
너무 센 불에 두면
프라이팬이 먼저 타버리지요

아픈 기억도 어쩌면 서두른 탓인지 몰라요
상대방이 마음의 문을 열기도 전에
너무 뜨거워진 당신을 들켜버린 건 아닌지

저요?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숯이 된 기억들을 버리면서
후다닥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겉이 먹음직스러우면 속이 날것이고
속이 익었다 싶으면 겉은 까맣게 타버리지요

저 여린 불꽃을 봐요
단단한 기억의 육질을 서서히 누그러뜨리는
은근함을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온도가 필요한가 봐요

구수한 추억을 원한다면 먼저
당신의 심지를 조절하세요

 

 

 

* 2024년 8월 21일 수요일입니다.

너무 급하게 너무 서두르면 탈이 나는 법입니다.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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