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산경 _ 도종환

시 쓰는 마케터 2024. 8. 1. 08:31

 

 

 

산경

 

                         도종환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 왔지만

잠시 머물고 곧 지나가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 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 2024년 8월 1일 목요일입니다.

한가해지면 좋아하는 일을 해야지 하는 생각은

좋아하는 일에 대한 실례입니다.

작게라도 시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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