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아무도 없는 별 _ 도종환

시 쓰는 마케터 2024. 10. 24. 09:14

 

 

 

아무도 없는 별

 

                                 도종환

 

 

아무도 없는 별에선

그대도 나도 살 수 없다

달맞이꽃이 피지 않는 별에선

해바라기도 함께 피어나지 않고

폭풍우와 해일이 없는 곳에선

등 푸른 물고기도 그대의 애인도

살 수 없다

때로는 화산이 터져 불줄기가

온 땅을 휩쓸고 지나고

그대를 미워하는 마음 산을 덮어도

미움과 사랑과 용서의 긴 밤이 없는 곳에선

반딧불이 한 마리도 살 수 없다

때로는 빗줄기가 마을을 다 덮고도 남았는데

어느 날은 물 한 방울 만날 수 없어

목마름으로 쓰러져도

그 물로 인해 우리가 사는 것이다

강물이 흐르지 않는 별에선

그대도 나도 살 수 없다

낙엽이 지고 산불에

산맥의 허리가 다 타들어가도

외로운 긴 밤과 기다림의 새벽이 있어서

우리가 이 별에 사는 것이다

 

 

* 2024년 10월 24일 목요일입니다.

내려 놓으면 뭐든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편하게 기다리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