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간격 _ 안도현

시 쓰는 마케터 2024. 10. 25. 08:34

 

 

 

간격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 2024년 10월 25일 금요일입니다.

비어 있어야 필요할 때 쓸모가 있는 법입니다.

여백을 만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