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63

겨울 길을 간다 _ 이해인

겨울 길을 간다 이해인 겨울길을 간다 봄 여름 데리고 호화롭던 숲 가을과 함께 서서히 옷을 벗으면 텅 빈 해질녘에 겨울이 오는 소리 문득 창을 열면 흰 눈 덮인 오솔길 어둠은 더욱 깊고 아는 이 하나 없다 별 없는 겨울 숲을 혼자서 가니 먼 길에 목마른 가난의 행복 고운 별 하나 가슴에 묻고 겨울 숲길을 간다 * 2023년 1월 19일 목요일입니다. 확실치 않은 결과는 될 수 있으면 긍정적으로 상상하세요. 확실해질 때까지 즐거울 수 있으니까요. 홍승환 드림

오래 한 생각 _ 김용택

오래 한 생각 김용택 어느날이었다 산 아래 물가에 앉아 생각하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있겠지만, 산같이 온순하고 물같이 선하고 바람같이 쉬운 시를 쓰고 싶다고, 사랑의 아픔들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는데 바람의 괴로움을 내 어찌 모르겠는가. 나는 이런 생각을 오래 하였다. * 2023년 1월 18일 수요일입니다. 생각에도 숙성될 시간이 필요합니다. 충분한 시간을 주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쌍디귿 _ 김명원

쌍디귿 김명원 쌍디귿이 들어가 글자가 되고 뜻이 된 똑똑하다와 따뜻하다 사이 얼음장 같이 냉 서린 똑똑함보다 세상을 둥글게 감싸는 따뜻함 가슴에 먼저 와 닿은 따뜻함 햇살로 걸어둔다 * 2023년 1월 16일 월요일입니다. 똑똑하지만 따뜻하지 못한 사람들은 얄미운 법입니다. 주변에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겨울비 _ 양해선

겨울비 양해선 아직도 지우지 못한 허물은 덕지덕지 묻어 있는데 대충 이쯤에서 하얀 눈으로 덮어 버리는 것이, 비는 가슴이 시리도록 서글펐다 싸락눈으로 굳어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씻어 내려고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는데 해질 무렵 매서운 바람이 흩뜨리고 이제는 어둠 속에 묻혀 버리는 것을, 비는 차마 끄지 못하는 가로등 밝히고 가슴 골골이 서린 미련을 밤새워 헹구어 낸다 * 2023년 1월 13일 금요일입니다. 겨울비가 제법 많이 내리는 아침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행복의 조건 _ 하영순

행복의 조건 하영순 밤이 지나고 새날에 햇살 고운 아침을 맞는다는 건 늘 셀렘이다 내 삶의 길이가 짧아지는 일이긴 하지만 어쩌면 내가 해야 할 일을 해냈다는 자부심 때문에 설렘이 있다 홀가분한 마음 내가 있어 내 본분을 다함이라면 빛 같은 세월을 어찌 서러워하랴 오늘이 있고 내일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벅찬 감정 아침 햇살 받아 내 작은 가슴에 한 뜸 한 뜸 수를 놓는다 * 2023년 1월 12일 목요일입니다. 새로운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입니다. 오늘도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추억의 다림질 _ 정끝별

추억의 다림질 정끝별 장롱 맨 아랫서랍을 열면 한 치쯤의 안개, 가장 벽촌에 묻혀 눈을 감으면 내 마음 숲길에 나비떼처럼 쏟아져 내친김에 반듯하게 살고 싶어 풀기없이 구겨져 손때 묻은 추억에 알콜 같은 몇 방울의 습기를 뿌려 고온의 열과 압력으로 다림질한다 태연히 감추었던 지난 시절 구름 내 날개를 적시는 빗물과 같아, 안주머니까지 뒤집어 솔질을 하면 여기저기 실밥처럼 풀어지는 여름, 그대는 앞주름 건너에 겨울, 그대는 뒷주름 너머에 기억할수록 날세워 빛나는 것들 기억할수록 몸서리쳐 접히는 것들 오랜 서랍을 뒤져 얼룩진 미련마저 다리자면 추억이여 어쩔 수 없지 않냐고 다리면 다릴수록 익숙히 접혀지는 은폐된 사랑이여 * 2023년 1월 10일 화요일입니다. 다림질을 할 때는 약간의 습기가 필요한 법입니다...

주전자가 끓는 겨울 _ 남혜란

주전자가 끓는 겨울 남혜란 유리창 한 장 가득 겨울이 찍혀 있다. 흰눈이 내리는 것으로 한결 으늑하다. 엄마는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뜨개질을 하시고 가스레인지 위에는 주전자가 끓고 있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수증기를 뿜으면서 먼 동화의 나라로 꿈결처럼 떠나간다. 나도 그 기차에 훌쩍 올라타고 눈 내리는 벌판을 한없이 달려간다. 기차는 가지 않으면서도 자꾸만 떠나가고 엄마의 뜨개질은 차츰 모습을 드러낸다. 아무리 춥고 먼 곳에 나가도 겨울 바람 한 점 들어올 수 없는 그런 옷이 되어간다. * 2023년 1월 9일 월요일입니다. 주전자의 따뜻한 보리차 한 잔이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한 주의 시작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부드러운 직선 _ 도종환

부드러운 직선 도종환 높은 구름이 지나가는 쪽빛 하늘 아래 사뿐히 추켜세운 추녀를 보라 한다 뒷산의 너그러운 능선과 조화를 이룬 지붕의 부드러운 선을 보라 한다 어깨를 두드리며 그는 내게 이제 다시 부드러워지라 한다 몇 발짝 물러서서 흐르듯 이어지는 처마를 보며 나도 웃음으로 답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저 유려한 곡선의 집 한 채가 곧게 다듬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것을 본다 휘어지지 않는 정신들이 있어야 할 곳마다 자리 잡아 지붕을 받치고 있는 걸 본다 사철 푸른 홍송 숲에 묻혀 모나지 않게 담백하게 뒷산 품에 들어 있는 절집이 굽은 나무로 지어져 있지 않음을 본다 한 생애를 곧게 산 나무의 직선이 모여 가장 부드러운 자태로 않아 있는 * 2023년 1월 6일 금요일입니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