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구부러진 길 _ 이준관

시 쓰는 마케터 2018. 7. 4. 08:57




구부러진 길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 2018년 7월 4일 수요일입니다.

예전 광고회사 다니던 시절 '데꼬보꼬'라는 말을 많이 썼습니다.

무엇이든 강약의 조화가 중요합니다. 들고 남이 있어야 균형이 맞춰집니다.

여유롭게 구부러진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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