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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필경사 _ 김지명

쇼펜하우어 필경사 김지명 안개 낀 풍경이 나를 점령한다가능한 이성을 다해 착해지려 한다배수진을 친 곳에 야생 골짜기라고 쓴다가시덤불 속에 붉은 별이 흩어져 있다산양이 혀를 거두어 절벽을 오른다숨을 모은 안개가 물방울 탄환을 쏜다적막을 디딘 새들만이 소음을 경청한다저녁 숲이 방언을 흘려보낸다무릎 꿇은 개가 마른 뼈를 깨물어댄다절벽 한 쪽이 절개되고창자 같은 도량이 넓어진다사마뒤 날개가 짙어진다산봉우리 몇 개가 북쪽으로 옮겨간다초록에서 트림 냄새가 난다밤마다 낮은 거래되고낮이 초록을 흥정하는 동안멀리 안광이 흔들린다흘레붙은 개가 신음을 흘린다당신이 자서전에서 외출하고 있다 * 2025년 12월 23일 화요일입니다.모든 사실은 각자의 시각에 따라 다..

슬픔 _ 김채수

슬픔 김채수 나는 슬픔을 말하는 사람보다그것을 간직하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슬픔을 간직하는 사람보다그것을 아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슬픔을 아는 사람보다슬퍼할 줄 아는 사람을나는 더 좋아한다. * 2025년 12월 22일 월요일입니다.지난 주 금요일은 24년 전 떠나신 아버님의 기일이었습니다.아버지의 나이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착잡해지네요.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 챙기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Sorrow Kim Chae-soo Rather than those who speak of sorrow,I prefer..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_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서울역 앞을 걸었다.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그런 사람들이엄청난 고생 되어도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그런 사람들이이 세상에서 알파이고고귀한 인류이고영원한 광명이고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 2025년 12월 18일 목요일입니다.맘씨 좋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명랑하고 맘 좋은 인정있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Someone asked me..

나무 _ 신경림

나무 신경림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제 치레하느라 오히려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한군데쯤 부러지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보다 실하고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동무 나무가 꽃 피고 열매 맺는 것을훼방한다는 것을그래서 뽑거나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 2025년 12월 17일 수요일입니다.겉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보이지 않는 진실을 찾아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겨울엽서 _ 이상희

겨울 엽서 이상희 오대산 전나무 숲의 겨울,가없이 깊은 설경에 발이 빠져오래 쫓기어온 짐승처럼일어나지 못합니다. 어디 가면 이렇게 충만한 슬픔과단숨에 닿는 절정이 있겠습니까 붉어진 손을 털며젖은 얼굴을 드는데툭,저만큼 서있던 전나무 가지 하나쌓인 눈을 못 이겨꺾이고 맙니다. * 2025년 12월 16일 화요일입니다.기록되지 않는 아이디어는 결국 사라집니다.놓치지 말고 잘 기록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Winter Postcard Lee Sang-hee Winter in the fir forest of Odaesan Mo..

가는 길 _ 김소월

가는 길 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그래도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서산에는 해진다고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흐르는 물은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 2025년 12월 15일 월요일입니다.하고자 하면 방법이, 피하려고 하면 핑계가 생각하는 법입니다.좀 더 적극적인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 The Way to GO Kim So-Wol I miss you.Should I say it?Yet, saying it makes the lo..

낙엽 _ 전종문

낙엽 전종문 떨어져야 할 때 떨어질 줄 아는 너에게존경을 보낸다이별의 아픔을춤사위로 승화시킬 줄 아는살랑살랑 내려앉는 모습이 곱구나할 일을 다 마치고도 미련을 떨치지 못한다는 것은사람 사회에서 얼마나 추레한 일인가너는 안다내려앉으면 밟힌다는 것을너는 모를 리 없다떨어지면 이리저리 바람에 날려 다녀야 한다는 것을서리를 맞고, 눈비를 맞다가시나브로 녹아질 것이라는 것을알면서도, 익히 알면서도통곡 없는 장례식을 위하여마지막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고질겼던 인연을 끊을 줄 아는 너차곡차곡 쌓이는 추억화려했던 지난날의 영화도 함께 묶어본향으로 돌아가는 겸손삼가 네 영전에 머리를 숙인다. * 2025년 12월 11일 목요일입니다.시간의 흐름에 맞춰 살아가는 게 가장 좋습니다...

책꽂이를 치우며 _ 도종환

책꽂이를 치우며 도종환 창 반쯤 가린 책꽂이를 치우니 방안이 환하다눈앞을 막고 서 있는 지식들을 치우고 나니 마음이 환하다어둔 길 헤쳐간다고 천만근 등불을 지고 가는 어리석음이여창 하나 제대로 열어놓아도 하늘 전부 쏟아져 오는 것을 * 2025년 12월 10일 수요일입니다.변화를 주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는 법입니다.작은 것들을 바꿔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Clearing the bookshelf Do Jong-hwan Clearing the bookshelf that half-c..

나마저 나를 _ 박노해

나마저 나를 박노해 어떤 이들은 나를 과대평가하고어떤 이들은 나를 과소평가하죠 사람들은 나를 안다고 생각하나실상 오해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나는 나를 돌아보며자문자답하곤 하죠 지금 내가 보잘것 없다고나는 나를 과소평가한 건 아닌가 지금 내가 잘 나간다고나는 나를 과대평가한 건 아닌가 내가 살아갈 날들을 바라보며조용한 시간 나에게 속삭이곤 하죠 조급하지도 말고 태만하지도 말고우울하지도 말고 우쭐하지도 말고 나마저 나를 잘못 알지 않기를나만은 나를 오해하지 않기를 * 2025년 12월 9일 화요일입니다.나마저 나를 못 믿고 의심해서는 안 되겠습니다.스스로를 돌아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겨울 잠 _ 이은미

겨울 잠 이은미 흙은 조금 더 굳어도 좋고바람은 더욱 더 모질어도 괜찮다.철저하게 차단된 외부이 겨울에는 차라리 잘된 일이다. 시간은 한 치라도 새들어선 안되고공기는 가장 기본적이면 된다.엄숙하게 지켜 갈 생활이 겨울에는 차라리 잘된 일이다. 의식은 절대로 깨어나지 말고목숨은 결코 끊어지지 말아야 한다.실수없이 연장될 생명이 겨울에는 차라리 잘된 일이다. * 2025년 12월 8일 월요일입니다.알고보니...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실체적인 진실로 스스로 판단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Hibern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