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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은유 _ 유재영

가을 은유 유재영 달빛이나 담아둘까 새로 바른 한지 창에누구의 그림에서 빠져나온 행렬인가기러기 머언 그림자 무단으로 날아들고 따라놓은 찻잔 위에 손님같이 담긴 구름펴든 책장 사이로 마른 열매 떨어지는조용한 세상의 한 때, 이 가을의 은유여 개미취 피고 지는 절로 굽은 길을 가다밑동 굵은 나무 아래 멈추어 기대서면지는 잎, 쌓이는 소리 작은 귀가 간지럽다 * 2025년 10월 31일 금요일입니다.현재는 과거의 반복들이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미래를 위한 좋은 반복을 쌓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Autumn Metaphor ..

나만 모른다 _ 박노해

나만 모른다 박노해 젊은 날엔 정작젊음이 얼마나 귀한 줄 모른다 산 자는 정작살아있음의 위대함을 모른다 오늘날엔 정작자기 시대가 얼마나 좋은 시대인 줄 모른다 나 자신은 정작나만의 유일무이한 그것을 모른다 * 2025년 10월 30일 목요일입니다.소중한 것들은 없어진 후에야 그 귀함을 느끼는 법입니다.소중한 것들을 챙기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Only I Do Not Know Park No-Hae In their youth, people truly Do not know how precious you..

가을날의 동화 _ 배해용

가을날의 동화 배해용 이 가을이면당신을 만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눈이 부실 정도로노란 은행잎이 벤치 위에한 쌍의 연인을 태운 채 행복에 잠겼을 때이 가을이면당신을 만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보슬비에 어두움마저 내려 스산한 거리에가로등이 깜빡깜빡 눈을 뜰 즈음 홀로 옷깃을 추스리며길을 걸을 때이 가을이면당신을 가장 만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무작정 오른 완행 버스에무심코 바라다보는 차창 너머로 누우런 들판을 따라허수아비를 만나고 참새떼를 만나고푸석한 머리에 풍성한 미소의촌부들을 만날 때면 눈에 어른 거리며달려오는 지난 추억을 떠올릴 때나는 이 가을 날당신을 가장 만나고 싶습니다 * 2025년 10월 29일 수요일입니다.새로운 교육과 훈련 없이 얻어지는 건..

세 잎 클로버 _ 정연복

세 잎 클로버 정연복 어린 시절에토끼풀 우거진 들판에서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으려고애쓰던 추억이 있다지천에 널린 세 잎 클로버 사이로번쩍 눈에 띄는 네 잎 클로버는눈부시게 황홀했지.며칠 전, 어느 두툼한 책의 모퉁이에서우연히 눈길이 닿은 한 구절이벼락처럼 내 가슴을 내리쳤다.˝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지만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입니다.˝그래,행운은 내게로 오지 않아도 좋으리눈부신 행운을 꿈꾸지는 않으리다만, 들판의 세 잎 클로버처럼세상 곳곳에 숨어 있는평범한 것들에서 생명의 기쁨을 느끼는욕심 없는 마음 하나 가질 수 있기를!가까운 날에 들판에 나가세 잎 클로버들에게 사죄해야지´말없이 내 주변을 맴도는소중한 너희들을 몰라봐서 정말 미안해´ * 20..

밀물 _ 정끝별

밀물 정끝별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벗은 두 배가나란히 누워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응, 바다가 잠잠해서 * 2025년 10월 23일 목요일입니다.차분하고 무심해보이는 사람들이 고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천천히 생각하고 움직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High Tide Jung Kkeuy-byeol Only barely, toward evening, two boatsslip into the harbor and drop anchor.The two boats,stripped bare,lie sid..

사랑의 시차 _ 최영미

사랑의 시차 최영미 내가 밤일 때 그는 낮이었다그가 낮일 때 나는 컴컴한 밤이었다 그것이 우리 죄의 전부였지 나의 아침이 너의 밤을 용서 못하고너의 밤이 나의 오후를 참지 못하고 피로를 모르는 젊은 태양에 눈멀어제 몸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맨발로 선창가를 서성이며 백야의 황혼을 잡으려 했다 내 마음 한켠에 외로이 떠 있던 백조는여름이 지나도 떠나지 않고 기다리지 않아도 꽃이 피고 꽃이 지고그리고 가을, 그리고 겨울, 곁에 두고도 가고 오지 못했던너와 나, 면벽(面壁)한 두 세상. * 2025년 10월 21일 화요일입니다.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가 가장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되기도 합니다.일교차가 심한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홍승환 드림 =======..

돌 하나, 꽃 한송이 _ 신경림

돌 하나, 꽃 한 송이 신경림 꽃을 좋아해 비구 두엇과 눈 속에 핀 매화에 취해도 보고개망초 하얀 간척지 농투성이 농성에 덩달아도 보고노래가 좋아 기성화장수 봉고에 실려 반도 횡단도 하고버려진 광산촌에서 중로의 주로와 동무로 뒹굴기도 하고 이래서 이 세상에 돌로 버려지면 어쩌나 두려워하면서이래서 이 세상에 꽃으로 피었으면 꿈도 꾸면서 * 2025년 10월 20일 월요일입니다.갈피를 못 잡을 때에도 대부분은 나아가고 있는 법입니다.조금씩 천천히 꾸준히 움직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One Stone, One Flower ..

우리가 물이 되어 _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아아, 아직 처녀인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불로 만나려 한다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저 불 지난 뒤에흐르는 물로 만나자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올 때는 인적 그친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 2025년 10월 17일 금요일입니다.누군가를 바꾸려 하기보단 본인을 바꾸는 게 수월한 방법입니다.물처럼 유연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별을 보며 _ 유재영

별을 보며 유재영 어느 날 먼 빛깔로 가만히 다가와서조금만 스쳐도 쨍그렁! 소리 날 듯저리도 오랜 설레임, 연둣빛 가슴이여 그리움도 하늘 닿으면 나도 하나 별이 될까오늘처럼 흰 이마가 젖도록 푸른 밤은누군가 함께 가야 할 그런 길이 보인다 * 2025년 10월 14일 화요일입니다.매일 성공할 수는 없지만 매일 살아낼 수는 있습니다.버텨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 By Stargazing Yu Jae-young One day, you softly approached in a distant hue,As if the s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