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63

나는 기쁘다 _ 천양희

나는 기쁘다 천양희 바람결에 잎새들이 물결 일으킬 때 바닥이 안 보이는 곳에서 신비의 깊이를 느꼈을 때 혼자 식물처럼 잃어버린 것과 함께 있을 때 사는 것에 길들여지지 않을 때 욕심을 적게 해서 마음을 기를 때 슬픔을 침묵으로 표현할 때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으므로 자유로울 때 어려운 문제의 답이 눈에 들어올 때 무언가 잊음으로써 단념이 완성될 때 벽보다 문이 좋아질 때 평범한 일상 속에 진실이 있을 때 하늘이 멀리 있다고 잊지 않을 때 책을 펼쳐서 얼굴을 덮고 누울 때 나는 기쁘고 막차 기다리듯 시 한 편 기다릴 때 세상에서 가장 죄 없는 일이 시 쓰는 일일 때 나는 기쁘다 * 2023년 2월 22일 수요일입니다. 기쁜 일들은 갑자기 찾아왔을 때 더욱 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예상치 못한 기쁨으로 가득한 ..

따듯한 말 _ 이은봉

따듯한 말 이은봉 말에는 다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지 차가운 말에는 차가운 마음이 담겨 있고 따듯한 말에는 따듯한 마음이 담겨 있지 따듯한 말은 사전 속에 있지 않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나날의 삶 속에 있지 밥솥의 밥처럼 말도 서로 나눌 때 따듯해지지 따듯한 세상을 위해 따듯한 말 나누어야지 국솥의 국 나누듯 따듯한 말 나누어야지 따듯한 말은 배추 속처럼 뽀얗고 부드럽지 언제나 가슴 둥그렇게 부풀어 오르게 하지 둥글게 부풀어 오르는 말을 나누다 보면 무쇠 밥솥의 찰진 밥을 나눌 때처럼 세상 둥그렇고 찰지게 익어가지 주걱 위 밀가루 반죽 젓가락으로 뚝뜩 떼서 만든 구수한 수제비 같은 말 만들고 싶지 따듯한 말로 가득한 세상 만들고 싶지 * 2023년 2월 20일 월요일입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 법..

내가 좋아하는 사람 _ 나태주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태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슬퍼할 일을 마땅히 슬퍼하고 괴로워할 일을 마땅히 괴로워하는 사람 남의 앞에 섰을 때 교만하지 않고 남의 뒤에 섰을 때 비굴하지 않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미워할 것을 마땅히 미워하고 사랑할 것을 마땅히 사랑하는 그저 보통의 사람 * 2023년 2월 17일 금요일입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모습에 사람들은 분노합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버지의 나이 _ 정호승

아버지의 나이 정호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절벽을 휘감아 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 2023년 2월 16일 목요일입니다. 생각이 깊어져야 언행에 깊이가 생기는 법입니다.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교감 _ 천양희

교감 천양희 사랑 때문에 절망하고 절망 때문에 사랑한다고 사람들이 말했을 때 그 말에 우린 서로 '그래 맞아' 그렇게 말했었지요 희망 때문에 절망하고 절망 때문에 희망한다고 사람들이 말했을 때 그 말에 우린 서로 '그래 맞아, 바로 그거야' 그렇게 말했었지요. * 2023년 2월 15일 수요일입니다. 세상 어떤 일도 완벽하게 한 쪽에 유리한 건 없습니다. 좋은 쪽을 발견하고 해석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토닥토닥 _ 김재진

토닥토닥 김재진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 너는 나를 토닥거린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하고 너는 자꾸 괜찮다고 말한다. 바람이 불어도 괜찮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 너는 자꾸 토닥거린다. 나도 자꾸 토닥거린다. 다 지나간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토닥거리다가 잠든다. * 2023년 2월 14일 화요일입니다.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발렌타이데이입니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빗방울은 구두를 신었을까 _ 송진권

빗방울은 구두를 신었을까 송진권 아직 발굽도 여물지 않은 어린 것들이 소란스레 함석지붕에서 놀다가 마당까지 내려와 잘박잘박 논다 징도 박을 수 없는 무른 발들이 물거품을 만들었다가 톡톡 터뜨리다 히히히힝 웃다가 아주까지 이파리에 매달려 또록또록 눈알을 굴리며 논다 마당 그득 동그라미 그리며 논다 놀다가 빼꼼히 지붕을 타고 내려가 방바닥에 받쳐둔 양동이 속으로도 들어가 논다 비스듬히 기운 집안 신발도 신지 않은 무른 발들이 찰방찰방 뛰며 논다 기우뚱 집 한 채 파문에 일렁일렁 논다 * 2023년 2월 10일 금요일입니다. 상식에 어긋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면 비난을 받기 마련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고마운 일 _ 양광모

고마운 일 양광모 감사할 일이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꽃다운 미소를 지어주고 햇살 같은 말을 건네주고 나를 위해 자신의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리하여 그와 함께 가난한 세상을 부자처럼 살아가는 일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갖는다는 건 또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사람아 너와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는 건 그 누군가에게 또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 2023년 2월 9일 목요일입니다. 고마운 사람들이 많아야 진정한 부자입니다.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