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꽃 _ 안도현

시 쓰는 마케터 2021. 3. 4. 08:56

 

 

                        안도현

 

 

누가 나에게 꽃이 되지 않겠느냐 묻는다면
나는 선뜻 봉숭아꽃 되겠다 말하겠다.

꽃이 되려면 그러나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겠지.

꽃봉오리가 맺힐 때까지
처음에는 이파리로부터 하나씩
하나씩 세상 속으로 내밀어보는 거야.

햇빛이 좋으면 햇빛을 끌어당기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흔들어보고

폭풍우 몰아치는 밤도 오겠지
그 밤에는 세상하고 꼭 어깨를 걸어야 해.

사랑은
가슴이 시리도록 뜨거운 것이라고
내가 나에게 자꾸 말해주는 거야.

그 어느 아침에 누군가
아, 봉숭아꽃 피었네 하고 기뻐하면

그이가 그리워하는 모든 것들의 이름을
내 몸뚱아리 짓이겨 불러줄 것이다.

 

 

* 2021년 3월 4일 목요일입니다.

봉숭아꽃잎으로 새끼손가락을 물들였던 어린 시절이 기억나네요. 

세상하고 어깨를 꼭 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