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 234

그대 앞에 봄이 있다 _ 김종해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 2024년 3월 20일 수요일입니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는 법입니다. 봄과 함께 기쁜 소식들이 찾아오길 기원합니다. 홍승환 드림

봄날 _ 김지원

봄날 김지원 봄에 겨운 가지들이 봄빛 속을 배회하고 있네 간밤에 스친 빗소리에도 봄바다는 그리움으로 출렁이고 멀리 떠난 배 한 척 가물거리며 돌아올 기약 없네 무심코 빈 가지에 돋아난 봄풀들이 앞다투어 초록빛 말(言)들을 풀어 놓는데 부푼 가지 끝에는 낯선 시간처럼 잊혀진 기억들만 매달려 있네 * 2023년 4월 3일 월요일입니다. 봄기운 가득한 새로운 달이 시작되었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봄날 되세요. 홍승환 드림

그리움이 길을 만든다 _ 강인호

그리움이 길을 만든다 강인호 그리움이 길을 만든다 산 너머로 향한 마음이 굽이굽이 산길을 내고 바다로 향하는 마음이 물길을 내었을 것이다 내 안에도 그대 향한 산책길 하나 생겨났다 그리움이 길을 만든다 * 2022년 11월 14일 월요일입니다. 문득 누군가를 기억해내면 바로 안부를 물어보세요. 그리움이 길을 만들고 인연을 이어 가게 해줍니다. 홍승환 드림

겨울 앞에서 _ 이재금

겨울 앞에서 이재금 겨울 앞에서 모진 추위 그 바람 앞에서 나무들은 끝끝내 감춰둔 눈물 가장 눈부신 빛깔로 떨어져 내린다 노오란 은행나뭇잎은 은행나뭇잎대로 담홍빛 느티나뭇잎은 느티나뭇잎대로 여름날 그 뜨거운 사랑 앞에 저리도 아픈 손수건을 흔들고 있는가 슬픔도 강물지면 산천을 허물고 허공을 깨물고 저리도 황홀한 하늘이 열리는가 겨울 앞에서 아득히 소식 없는 봄 앞에서 바람은 불고 잎은 진다 * 2022년 11월 11일 금요일입니다. 불편한 점이 있으면 편한 방법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익숙하다고 불편한 행동을 계속하면 개선이 안됩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11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_ 이채

11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이채 말을 하기보다 말을 쓰고 싶습니다 생각의 연필을 깎으며 마음의 노트를 펼치고 웃음보다 눈물이 많은 고백일지라도 가늘게 흔들리는 촛불 하나 켜 놓고 등 뒤에 선 그림자에게 진실하고 싶습니다 피었을 땐 몰랐던 향긋한 꽃내음이 계절이 가고 나면 다시 그리워지고 여름 숲 지저귀던 새들의 노랫소리가 어디론가 떠나고 흔적 없을 때 11월은 사람을 한없이 쓸쓸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바람결에 춤추던 무성한 나뭇잎은 떠나도 홀로 깊은 사색에 잠긴 듯 낙엽의 무덤가에 비석처럼 서 있는 저 빈 나무를 누가 남루하다고 말하겠는지요 다 떠나보낸 갈색 표정이 누구를 원망이나 할 줄 알까요 발이 저리도록 걷고 걸어도 제자리였을 때 신발끈을 고쳐 신으며 나는 누구를 원망했을까요 그 길에서 하늘을 보..

가을 _ 유안진

가을 유안진 이제는 사랑도 추억이 되어라 꽃내음보다도 마른 풀이 향기롭고 함께 걷던 길도 홀로 걷고 싶어라 침묵으로 말하며 눈 감은 채 고즈너기 그려보고 싶어라 어둠이 땅 속까지 적시기를 기다려 비로소 등불 하나 켜놓고 싶어라 서 있는 이들은 앉아야 할 때 앉아서 두 손 안에 얼굴을 묻고 싶을 때 두 귀만 동굴처럼 길게 열리거라 * 2022년 9월 26일 월요일입니다. 누군가를 움직이게 하려면 결과에 대한 큰 그림을 보여줘야 합니다. 다른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가을엔 따뜻한 가슴을 지니게 하소서 _ 이채

가을엔 따뜻한 가슴을 지니게 하소서 이채 가을엔 마음의 등불 하나 켜두게 하소서 하루의 아픔에 눈물짓고 이틀의 외로움에 가슴 쓰린 가난해서 힘겨운 나의 이웃이여! 그 가녀린 빛이 무관심의 벽을 넘어 우리라는 이름의 따뜻한 위로가 되게 하소서 가을엔 뜨거운 눈물의 의미를 깨닫게 하소서 나무가 열매를 맺기까지 참아낸 긴 시간들이 알알이 익어갈 때 우리 살아가는 인법도 이와 같아 인내와 믿음과 기다림의 눈물 없이 어떻게 사랑을 말할 수 있으리오 가을엔 따뜻한 가슴으로 기도하게 하소서 같은 비바람을 거치고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와 나무를 떠나 흙으로 돌아가는 낙엽을 위하여 희망을 잃고 방황하는 누구를 위하여 건강을 잃고 신음하는 그 누구를 위하여 가을엔 비움의 지혜를 깨닫게 하소서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

9월 첫날의 시 _ 정연복

9월 첫날의 시 정연복 어제까지 일렁이는 초록 물결인 줄만 알았는데 오늘은 누런 잎들이 간간히 눈에 띈다. 쉼 없이 흐르는 세월의 강물 따라 늘 그렇듯 단 하루가 지나갔을 뿐인데. 하룻밤 새 성큼 가을을 데리고 온 9월의 신비한 힘이 문득 느껴진다. * 2022년 9월 1일 목요일입니다. 다시 새로운 달력 한 장을 넘겼습니다. 가을의 시작 9월에도 행복한 하루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여름 일기 _ 이해인

여름 일기 이해인 여름엔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 아래 나를 빨아 널고 싶다 여름엔 햇볕에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향기로운 매일을 가꾸며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 땀방울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 여름엔 꼭 한 번 바다에 가고 싶다 바다에 가서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 온 섬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침묵으로 엎디어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 오고 싶다 * 2022년 7월 12일 화요일입니다.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으면 반드시 좋은 일이 생깁니다. 긍정의 에너지가 작동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장마철의 기도 _ 정연복

장마철의 기도 정연복 세찬 폭우 속에서도 의연한 모습으로 서 있는 저 나무들의 말없는 용기를 배우게 하소서 휘몰아치는 비바람 속 세상의 먼지 말끔히 씻는 저 푸른 잎새들의 순결함을 닮아가게 하소서. 사랑에 가뭄 들어 빛 바래고 바짝 시든 나의 삶에 다시 사랑이 찾아오게 하소서 미움과 한숨과 불평의 찌꺼기 말끔히 털어 버리고 나의 마음속에 사랑이 콸콸 홍수지게 하소서. 먹구름 너머 밝은 태양 살아 있고 소낙비 그치는 하늘이라야 찬란한 무지개 꽃 피어날 수 있음을 굳게 믿고 기억하며 한평생 살아가게 하소서. * 2022년 6월 28일 화요일입니다. 밤새 요란한 바람과 함께 장맛비가 내렸습니다. 비와 함께할 한 주 건강히 보내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