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117

3월의 꿈 _ 임영준

3월의 꿈 임영준 눈의 띄는 대로 다 가두어 놓으리라 졸졸대는 개울도 종알거리는 멧새도 눈 부비는 토끼도 잠시나마 오붓하게 그러안을 수 있게 마법에서 미쳐 헤어 나오지 못한 산마루도 아지랑이 속에 으늑히 잡아 가두어 아름찬 봄의 미소를 반기며 단 한 순간도 어름거리지 않고 환호하게 하리라 난망한 이 녘도 가련한 저 녘도 * 2024년 3월 4일 월요일입니다. 반복은 실력이 되고 믿음은 기적을 낳는 법입니다. 새로운 달, 새로운 기운을 맞이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춧불의 미학 _ 김영천

촛불의 미학 김영천 마침내 굳어버린 가슴을 녹이고 마알갛게 흐르고 이제야 곧은 심지를 따라 기도하듯 하늘 오르는 불빛 내 심지는 저렇듯 곧은가 똑바로 서서 제 이성이나 소망이나 사랑이나 온갖 사유들을 일관되게 태워 올리는가 그래서 세상의 빛인가 파르르한 불빛으로도 제 아래 그림자만은 지우지 못하듯이 더러 흔들리며 더욱 낮아지며 깜깜한 세상을 의혹한다 * 2021년 11월 30일 비 내리는 화요일입니다. 가끔은 두려움이 없어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법입니다. 지도 없이 새로운 길을 가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좋은 말이 사람을 키웁니다 _ 이해인

좋은 말이 사람을 키웁니다 이해인 어떤 상황에서 누가 강한 불만을 토로하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을 우린 잘 모르잖아요.˝ 라고 조심스레 대꾸해 보고, 늘 자신을 비하하며 한탄하는 이들에겐 ˝걱정 마시고 힘을 내세요. 곧 좋아질 거예요.˝ 라고 위로의 표현을 해 봅니다. "싫다, 지겹다"는 말을 자꾸 되풀이하면 실제로 지겨운 삶이 될 테니 우선 말이라도 그 반대의 표현을 골라서 연습하다 보면 그 좋은 말이 우리를 키워 주는 걸 경험하게 된다고 감히 경륜 쌓인 교사처럼 친지들에게 일러 주곤 합니다. 누군가로부터 나의 잘못이나 허물을 지적 받았을 때도 변명을 앞세우기보다는 일단 고맙다, 죄송하다는 말부터 먼저 하고 나면 마음이 자유롭고 떳떳해지는 승리감을 맛보게 된다는 이야기도 들려 줍니다. * 2..

새해 인사 _ 김현승

새해 인사 김현승 오늘은 오늘에만 서 있지 말고, 오늘은 내일과 또 오늘 사이를 발 굴러라. 건너 뛰듯 건너 뛰듯 오늘과 또 내일 사이를 뛰어라. 새옷 입고 아니, 헌옷이라도 빨아 입고, 널뛰듯 널뛰듯 이쪽과 저쪽 오늘과 내일의 리듬 사이를 발 굴러라 발 굴러라. 춤 추어라 춤 추어라. * 2021년 1월 4일 월요일 새해의 첫 출근일입니다. 자, 다시 한 번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달력 12장을 힘차게 출발 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_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 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네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 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 2020년 11월 30일 월요일입니다. 수고로움을 감수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습니다. 11월의 마지막 날, 힘차게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사랑한다는 것 _ 안도현

사랑한다는 것 안도현 길가에 민들레 한송이 피어나면 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듯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을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는 나의 세상을 나는 그대의 세상을 함께 짊어지고 새벽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것입니다. * 2020년 11월 25일 수요일입니다. 배려가 계속된다고 그게 자신의 권리인 줄 알면 안 됩니다. 친절한 사람의 배려를 고마워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_ 칼릴 지브란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칼릴 지브란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 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귀천 _ 천상병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2020년 11월 18일 수요일입니다. 내일까지 가을비가 예보되어 있습니다. 외출하실 때 우산 챙기시고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_ 이해인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이해인 손 시린 나목(裸木)의 가지 끝에 홀로 앉은 바람 같은 목숨의 빛깔 그대의 빈 하늘 위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차 오르는 빛 구름에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누이처럼 부드러운 달빛이 된다 잎새 하나 남지 않은 나의 뜨락엔 바람이 차고 마음엔 불이 붙는 겨울날 빛이 있어 혼자서도 풍요로와라 맑고 높이 사는 법을 빛으로 출렁이는 겨울 반달이여 * 2020년 11월 17일 화요일입니다. 같은 현상과 팩트를 분석해도 결과물이 다른 법입니다. 인사이트와 문해력을 키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