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시 91

가을 하늘 _ 이해인

가을 하늘                         이해인  맑고 푸르게웃기만 하는하늘은 천국 그 아래서누구도죄를 지을 수 없다하느님 엄마도거기 계시다 모질게야단치지 않고도나를 참회하게 만드는하늘은나의 사랑  * 2024년 11월 18일 월요일입니다.갑자기 겨울에 가까운 날씨가 되었네요.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한 주 되세요. 홍승환 드림

가을빛 _ 이해인

가을빛                       이해인  가을엔 바람도하늘빛이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주고 받은 말들도기도의 말들도모두 너무 투명해서두려운 가을빛이다 들국화와 억새풀이 바람 속에그리움을 풀어헤친 언덕길에서 우린 모두 말을 아끼며깊어지고 싶다  * 2024년 11월 14일 목요일 수능일입니다.수험생과 수험생 부모님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스스로를 칭찬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가을의 기도 _ 김현승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기도하게 하소서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사랑하게 하소서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호올로 있게 하소서나의 영혼,굽이치는 바다와백합의 골짜기를 지나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 2024년 11월 11일 월요일입니다.하기 싫은 일들을 미루다 보면 끝내 하지 못하는 법입니다.큰 짐이 되기 전에 미리미리 해결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가을의 향기 _ 김현승

가을의 향기                             김현승남쪽에선과수원에 임금(林檎)이 익는 냄새서쪽에선 노을이 타는 내음산 위엔 마른 풀의 향기들가엔 장미들이 시드는 향기당신에겐 떠나는 향기내게는 눈물과 같은 술의 향기모든 육체는 가고 말아도풍성한 향기의 이름으로 남는상하고 아름다운 것들이여높고 깊은 하늘과 같은 것들이여* 2024년 11월 7일 목요일입니다.다른 사람을 바꾸는 것보다는 본인을 바꾸는 게 쉽습니다.스스로 먼저 바꿔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홍승환 드림

가을의 노래 _ 유자효

가을의 노래                             유자효  잃을 줄 알게 하소서가짐보다도더 소중한 것이잃음인 것을 이 가을뚝뚝 지는낙과의 지혜로은혜로이 베푸소서 떠날 줄 알게 하소서머무름보다더 빛나는 것이떠남인 것을 이 저문 들녘철새들이 남겨둔보금자리가약속의 훈장이 되게 하소서  * 2024년 11월 6일 수요일입니다.언제나 현재에 집중할 수 있다면 반드시 행복해집니다.집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가을 그리고 풀꽃 _ 김지향

가을 그리고 풀꽃                                 김지향  도심지에서는몸이 가루가 되어 날리는 햇빛변두리에 와서 성한 몸이 된다 뜨겁게 살아도가루가 되지 않는 법을뜨겁게 배우는 변두리의 풀꽃들약하고 작은 변두리 풀꽃 속에살고 있는 굵은 힘줄을불붙이는 법을가을의 햇빛에게 배운 풀꽃은죽도록 떠나지 않는 가을을 갖고 싶어늙지도 않는다  * 2024년 11월 4일 월요일입니다.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은 없는 법입니다.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11월 _ 이외수

11월                               이외수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나무들 한 겹씩 마음 비우고초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독약 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바람도 어디로 가자고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 깊은 눈몰도 은혜로운데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들 서쪽 하늘에 걸려젖는 별빛으로 흔들리는 11월  * 2024년 11월 1일 금요일입니다.학습의 가장 큰 장애물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착각입니다.모르는 걸 인정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소리를 위하여 _ 전재승

소리를 위하여                            전재승  깊은 밤,머리맡에 침잠하듯 들리는소리가 있다. 내 의식의 심연에조약돌 던지며가장 고요로운 시각에만 파문을 일으키며찾아오는 순례자가 있다. 아, 그 소리망각했던 기억의 저편 강에서들려오는 물무늬의 동그란 울림. 그 맑디맑은 공명음을 질긴 귀로 들으며시한 폭탄처럼 풀어지는시간의 태엽을온몸으로 감고 싶어진다. 나를 향하여 부르는단 한 번의 순간을 위하여이 밤을잠 못 이루고 깨어 있을 때,밤은 깊어도 잠은 멀다.  * 2024년 10월 29일 화요일입니다.가끔은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내버려둘 줄 알아야 합니다.바람에 몸을 맡겨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가을에 오십시오 _ 송해월

가을에 오십시오                                  송해월  그대가을에 오십시오 국화꽃 향기천지에 빗물처럼 스민 날 서늘한 바람에까츨한 우리 살갗거듭거듭 부비어대도 모자라기만 할가을에 오십시오 그리움은행잎처럼 노오랗게 물들면한 잎 한 잎 또옥 똑 따내어눈물로 쓴 연서 바람에 실려 보내지 않고는몸살이 나 못 배길 것 같은 그런 날 날이면 날마다그리움에 죽어가던 내 설움에도비로소 난 이름을 붙이렵니다내 영혼을 던졌노라고 그대 가을에 오십시오  * 2024년 10월 28일 월요일입니다.쉼표가 없는 악보는 노래가 될 수 없습니다.마음의 여유를 찾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오래된 가을 _ 천양희

오래된 가을                            천양희  돌아오지 않기 위해 혼자떠나 본 적이 있는가 새벽 강에 나가 홀로울어 본 적이 있는가 늦은 것이 있다고후회해 본 적이 있는가 한 잎 낙엽같이버림받은 기분에 젖은 적이 있는가 바람 속에 오래서 있어 본 적이 있는가 한 사람을 나보다더 사랑한 적이 있는가 증오보다 사랑이조금 더 아프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그런 날이 있는가 가을은 눈으로 보지 않고마음으로 보는 것 보라, 추억을 통해 우리는 지나간다  * 2024년 10월 21일 월요일입니다.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 가을 날씨입니다.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