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박종영
너를 기다리다 지친 우리들의 겨울이 속속히 차가운 한으로 울겠다.
가난을 홀로 움켜잡고 지새우던 긴 겨울밤의 패배를 반추하면서
발돋움하여 손짓을 하면 언뜻 밖에서는 그리운 손님이 부르겠다.
차마 멈출 흰눈이 지금도 내 머리와 네 머리 위에 시새움 하며 내리는데
어느 날까지 향기로 찬 들꽃 벌판을 눈빛으로 기대해야 할까.
강변 풀숲이 윤기를 자랑하기 위해 하늘을 유혹하고
모래언덕 버들강아지 살며시 가슴 여는 솜털,
학처럼 깃을 세우고 매화는 어느새 고운 입술로 봄을 홀린다.
일 년 열두 달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넘나들어 삶을 기도하는 우리
발버둥하며 헤진 옷섶은 누가 달아 줄까,
확 트인 희망을 탈취하여 머리에 이고
건강한 동행을 어디에서 찾을까.
바람이 분다. 남풍인가 놉세풍인가 가늠하지 못한 피부의 무지도 탓하지 말자,
뒷산 동백이 붉은꽃잎을 열면 찾아온 연인과 함께 학처럼 날고 싶다.
* 2022년 2월 4일 금요일 절기상 입춘입니다.
"좋은 일만 가득하길"이라는 뜻의 입춘첩을 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기도 _ 이해인 (16) | 2022.02.08 |
---|---|
기쁨의 기술 _ 정용철 (10) | 2022.02.07 |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_ 박용재 (10) | 2022.02.03 |
아름다운 기적 _ 정용철 (16) | 2022.01.28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_ 킴벌리 커버거 (12) | 2022.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