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라시 8

하 _ 홍승환

하 홍승환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만 보고 있다 하늘에 풀어놓은 푸른색은 희끗희끗 구름 장식을 달고 있다 하얀 자욱을 남기며 떠오르는 비행기의 모습처럼 하늘하늘 그대의 모습이 가물가물 멀어져간다 하찮은 기억조차 떠올릴 수 없는 시간들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흐려지는 그대의 모습 하릴없이 기다리다 지쳐버린 내 모습이 하나둘씩 유리창에 부서진다 하고많은 사람중에 왜 하필 당신인가 하다못해 기억조차 할 수 없는 왜 당신인가 하강하는 새들의 날개처럼 접혀져 있는 마음 하마입 속같이 깜깜한 터널로 빠져든다 하마터면 잊혀져버릴 기억의 파편들로 하물며 스쳐지나버린 작은 떨림들까지 하드웨어에 깊숙히 저장해버린 몰래 지운 파일조차도 하루살이 불로 달려들듯 무모하게 되살려본다

파 _ 홍승환

파 홍승환 파란 하늘을 하루에 한 번씩만 바라보세요.파격적인 그림들이 하늘에 수놓여 있을테니까요파국을 맞기 전 당신의 마음을 평온으로 바꿔놓을 수 있도록. 파도가 치는 바다를 상상해 보세요.파괴의 여신처럼 바위를 때리고 있는 하얀 거품들파김치가 된 당신에게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파자마를 입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 보세요.파나마에 놀러온 아무 할 일 없는 상태의 자유로움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시간의 파편들을 정리할 수 있도록. 파라솔 아래 선탠을 하는 당신을 그려보세요.파타야에 도착한 알록달록 티셔츠를 입은 당신파쇠기에서 흘러내리는 하얀 종이들처럼 기억을 지울 수 있도록. 파라핀에 누워 따뜻한 반신욕을 해 보세요.파리의 근사한 노천카페에서 사온 커피 한 잔과 함께파티가 시작되기 전까지 온 몸에 향기가 ..

타 _ 홍승환

타 홍승환 타고난 인연은 어쩔 수 없나보다타인에게 숨기려해도 언젠가는 들어나게 마련이다타이어 자국이 눈위에 찍힌 것처럼 선명하게 들어나는 법이다 타는 목마름으로 그대를 불러본다타지마할처럼 눈부시고 아름다운 자태의 그대에게타로카드를 뒤집어 나오는 점궤처럼 그대에게 빠져든다 타자기를 두드려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타이타닉호보다 거대한 분량의 편지를 쓴다타블로이드판 책이 되어 버린 구겨진 종이들 타조가 뛰어노는 내 머리속을타락한 천사들이 휘젓고 다닌다타바스코 소스의 강한 자극이 눈꺼풀을 두드린다 타박타박 그대에게 다가간다타이거의 발걸음으로타고르 당신에게로...

카 _ 홍승환

카 홍승환 카라멜 향기가 듬뿍 담긴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다카스테라와 함께 하면 더욱 행복하리라카리스마 넘치는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한다카리브해에서나 봄직한 옷들이 눈을 호사에 빠뜨린다 카네이션 꽃보다 더 붉은 입술들이 쉴 새 없이 떠들어댄다카다록에서 튀어나온 듯한 얼굴들이 거리에 가득하다카니발 축제의 화려한 행렬들이 분주히 움직인다카사노바 풍의 젊은이들이 쓴 선글라스 속의 눈동자가 궁금하다 카드 한 장 없는 88만원 세대들은 손에 손에 책을 들고 있다카고 같은 지하철에서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젊은이들은 오늘도 바쁘다카운터 펀치를 맞은 듯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다카레향보다 더 이국적인 모습속에 양극을 달리고 있다 카메라 속 앵글 밖의 모습은 너무도 지저분하다카지노 대박이나 로또 대박만을 노리고 있다카츄샤를..

차 _ 홍승환

차 홍승환 차분한 마음으로 심호흡을 한 후차 한 잔을 마시며 하늘을 바라본다차디찬 철제 책상위에 놓인 사진 한장차라리 눈을 감고 꿈속에 빠져들고 싶다 차렵이불 속에서 꿈틀꿈틀 뒹굴뒹굴차고 쾌한 공기를 피해 숨어 있다차 소리가 창밖에서 들려온다차이가 없는 계절은 시간으로 흘러간다 차표를 끊고 그대가 있는 곳으로 간다차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머리를 맑게해준다차차차 박자같은 경쾌함으로 의자의 진동이 몸을 편하게 해준다차마 잠을 잘 수 없어 뜬 눈으로 새벽을 달린다 차마 그대를 잊지 못해 오늘도 잠 못 이룬다

자 _ 홍승환

자 홍승환 자신의 미래를 본 적이 있나요?자고나면 없어지는 꿈속처럼 까만 기억들자유로운 날개짓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공간자극적인 눈빛 하나로도 모든 걸 읽을 수 있죠 자나깨나 마음속에 담고 있는 그 무엇자금성보다도 크고 원대한 꿈자석같이 붙어버린 머리와 마음이자두같이 바알간 색으로 물들어 버린 곳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 것인가자루속에 들어있는 것처럼 깜깜한 세상자로 잰 듯 알 수 있는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자명종 시계로 알려주고 싶다 자메이카로 가는 길에서 만난자전거를 탄 여인의 치마속 하얀 속살처럼자물쇠로 잠겨버린 미지의 곳에서자장가 소리에 감겨버린 눈을 뜨고 싶다 자 이제 다시 시작이다자신을 믿지만 자만은 금물자유로운 생각으로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자자서전의 마지막장을 쓰는 그 날까지...

마 _ 홍승환

마 홍승환 마음이 고운 사람마술같은 사랑으로 행복을 주는 사람마주친 두 눈 속으로 끝없이 빠져들어가 버립니다 마치 천사같은 모습으로마치 만화같은 표정으로마구마구 행복을 주는 사람 마아가린색같은 피부와마돈나같은 섹시함으로마라톤 레이스를 하듯 끊임없이 행복을 줍니다 마굿간에 누워있는 아기예수의 얼굴처럼마지막까지 사랑스런 모습으로마지막을 함께 하고픈 그대여 마이크를 대고 외치고 싶습니다마이동풍이라도 좋습니다마니 마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 _ 홍승환

라 홍승환 라일락꽃이 피는 계절이 언제인지 아세요?4월 봄날이 한참일 때랍니다.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라라라 콧노래를 불러도 좋은 그림입니다. 라라를 잊지 못해 잠을 청하지 못하는 소년은라벤더 향기로 불면증을 치료하곤 합니다.라라가 있는 라스베가스에 가보지 못한 소년은라스베가스를 꿈꿉니다. 라이터를 켜서 담배를 입에 문 소년은라커룸에서 책 한 권을 꺼내듭니다.라라라 콧노래를 부르며 라라를 그리워합니다.라라는 언제나 그렇듯 소년을 보며 웃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