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한 알 임영준 봉지 안에 숨어 있던 감자 한 알에 삐죽빼죽 싹이 나온 것을 보고 열 살짜리 딸아이가 버려진 화분에 서툰 손길로 묻어둔 것이 나날이 불쑥 솟아오르더니 이젠 울타리를 휘감아 도는 제법 번듯한 생명이 되었는데 마치 아무런 연고나 배경이 없어도 굳건히 자리를 잡은 이민자 같구나 덩그러니 뿌려져도 튼실하게 잘 자라난 내 아이들 같구나 감자 한 알도 그들을 어여삐 여겨 무성하게 뻗어 가는 것 같구나 낯선 나라 날 선 세상에 무성한 줄기 굴강한 뿌리가 되라고 버려질 뻔한 보잘것 없는 감자 한 알도 우리에게 자신감을 보태는구나 그러니 어려울 게 무엇이겠는가 * 2021년 9월 8일 수요일입니다. 대체할 수 있는 것들과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을 챙기는 하루 되시기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