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김시천 그릇이 되고 싶다 마음 하나 넉넉히 담을 수 있는 투박한 모양의 질그릇이 되고 싶다 그리 오랜 옛날은 아니지만 새벽 별 맑게 흐르던 조선의 하늘 어머니 마음 닮은 정화수 물 한 그릇 그 물 한 그릇 무심히 담던 그런 그릇이 되고 싶다 누군가 간절히 그리운 날이면 그리운 모양대로 저마다 꽃이 되듯 지금 나는 그릇이 되고 싶다 뜨겁고 화려한 사랑의 불꽃이 되기보다는 그리운 내 가슴 샘물을 길어다가 그대 마른 목 적셔줄 수 있는 그저 흔한 그릇이 되고 싶다 * 2022년 2월 25일 금요일입니다. 작은 그릇에 억지로 무언가를 채우려하면 넘치기 마련입니다. 채우기 전에 그릇을 키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