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신(等神) 김종제 등신(等神)이 무엇이냐 나무나 돌 혹은 흙이나 쇠 따위로 만든 사람 아니, 신의 모습이라는데 말귀 못 알아듣는 백치 같은 고집 꺾을 수 없는 벽창호 같은 현실에 어두컴컴한 바보와 흡사하게 닮은 것이지요 절간에서나 교회당에서나 제법 깨우쳤다는 사람들은 등신이라는 소리를 들어야지 문밖으로 나갈 채비가 되었다고 한다는데 내 살을 팔아서 허기진 사람들에게 밥 한 그릇 나눠주고 내 피를 팔아서 목마른 사람들에게 물 한 모금 나눠주는 등신 같은 짓만 골라서 한다면 세상은 조금 아름다워지겠지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우리 주변에 등신 같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꽃이란 꽃과 열매란 열매 그 많은 나무와 지저귀는 새 비 한 번 오면 넘쳐흐르는 강물까지 등신이 아닌가 그 말이지요. * 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