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도 목이 마르다 안희선 우리들이 믿었던 기쁨의 투명한 갈증을 더 이상 간직할 수 없어, 어둠과 안개 속에 숨어있던 깊은 어심(魚心)을 불러본다 차가운 가슴의 옆구리에서 올라오는 기포가 물방울을 내뿜는다 영원한 밥처럼 그래, 차라리 밥이었다 소박한 난폭(亂暴)으로 위장된 생존의 불안한 약점을 가리고 싶은게다 그래서 24시간,초 초 초로 나누어, 줄달음질치던 우리들의 눈동자는 한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이미 삶에 실증을 내기 시작한 둥근 수조(水槽)에 사라지거라, 육체의 기억들 흔들리는 물결 한복판에서 빛발 흥건한 수초의 성장(盛裝)은 험준한 날들의 사슬인 양,우리를 얽매고 있고 그 모습 바라보는 이름 모를 물고기들은 물 속에서 목이 마르다. 아, 그들의 향기로운 세계를 마셨던, 너무 목 말라 마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