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시 2

물방울 송곳 _ 안효희

물방울 송곳 안효희 하수구를 내려온 물들이 배관 속의 질서를 벗어난 물들이 똑똑똑 시간을 배분하여 떨어진다 석고보드 벽면을 타고 흐르던 은밀한 꿈이 초록빛 곰팡이꽃을 피운다 하릴없는 후회와 반성으로 끌끌 혀를 차고 있을 때 꽃의 거대한 힘에 짓눌린 아랫집 벽이 무릎을 꿇는다 단절의 두려움이 무너진다 덩어리진 결핍이 톱질 당한다 수많은 부재를 흔들고 뒤집고 부수는 물방울은 송곳이다 떨어지는 물과 물의 사이를 떨어지는 시간과 시간의 사이를 하염없이 쿡쿡 찌르는 물방울은, 그리고 침묵하는 송곳은 전율하는 피뢰침이다 생각 열 하나의 반성과 생각 열 둘의 존재가 젖어 그렁그렁 넘치는 송곳은 언제나 정수리를 뚫는다 * 2023년 7월 17일 월요일 제헌절입니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

물방울의 역사 _ 이영옥

물방울의 역사 이영옥 연잎에 떨군 물방울이 맑은 구슬로 또르륵 굴러가는 것은 연잎에 스며들지 않도록 제 몸 고요하게 껴안았기 때문이다 오직 꽃 피울 생각에 골똘한 수련을 건들지 않고 그저 가볍게 스치기만 하려고 자신을 정갈하게 말아 쥔 까닭이다 그러나 물방울의 투명한 잔등 속에는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포자들이 출렁거렸는지 수 만 갈래로 흩어지려는 물길을 달래며 눈물의 방을 궁굴려 왔는지 깨끗하다는 말 속에 숨은 외로움은 왜 그리 끔찍했는지 물 위에 닿는 순간 물방울은 잠시 흔들렸던 세상을 먼저 버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부서진다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 가장 아픈 방법으로 * 2023년 6월 15일 목요일입니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는 법입니다. 좋은 결과의 원인을 만드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