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송곳 안효희 하수구를 내려온 물들이 배관 속의 질서를 벗어난 물들이 똑똑똑 시간을 배분하여 떨어진다 석고보드 벽면을 타고 흐르던 은밀한 꿈이 초록빛 곰팡이꽃을 피운다 하릴없는 후회와 반성으로 끌끌 혀를 차고 있을 때 꽃의 거대한 힘에 짓눌린 아랫집 벽이 무릎을 꿇는다 단절의 두려움이 무너진다 덩어리진 결핍이 톱질 당한다 수많은 부재를 흔들고 뒤집고 부수는 물방울은 송곳이다 떨어지는 물과 물의 사이를 떨어지는 시간과 시간의 사이를 하염없이 쿡쿡 찌르는 물방울은, 그리고 침묵하는 송곳은 전율하는 피뢰침이다 생각 열 하나의 반성과 생각 열 둘의 존재가 젖어 그렁그렁 넘치는 송곳은 언제나 정수리를 뚫는다 * 2023년 7월 17일 월요일 제헌절입니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