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길과 동행하다 이기철 움 돋는 풀잎 외에도 오늘 저 들판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꽃 피는 일 외에도 오늘 저 산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종일 풀잎들은 초록의 생각에 빠져 있다 젊은 들길이 아침마다 파란 수저를 들 때 그때는 우리도 한 번쯤 그리움을 그리워해볼 일이다 마을 밖으로 달려나온 어린 길 위에 네 이름도 한 번 쓸 일이다 길을 데리고 그리움을 마중하다 보면 세상이 한 번은 저물고 한 번은 밝아오는 이유를 안다 이런 나절엔 바람의 발길에 끝없이 짓밟혀라도 보았으면 꽃들이 함께 피어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로 편지를 보내는 것이다 그 꽃의 언어로 편지를 쓰고 나도 너를 찾아 봄길과 동행하고 싶다 봄 속에서 길 잃고 봄 속에서 깨어나고 싶다 * 2018년 3월 9일 금요일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