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 세상을 움직이는 2초의 힘 1983년 9월, 장-프랑코 베치나(Gian-franco Becchina)라는 미술상이 캘리포니아의 폴케티박물관을 찾아왔다. 기원전 6세기의 대리석상을 하나 소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쿠로스 상(像) -왼쪽 다리를 앞으로 내뻗고 두 팔은 허벅지 양 옆에 내려붙인 청년 나체 입상- 이라고 알려진 석상이었다. 지금까지 세상 빛을 본 쿠로스 상은 고작 200개 정도인데, 그나마도 무덤이나 고고학 발굴지에서 심하게 훼손된 채 발굴된 게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입상은 보존 상태가 거의 완벽했다. 2미터 가까운 높이에, 다른 작품들과 달리 밝은 색조의 광택을 띤, 사뭇 범상치 않아 보이는 유물이었다. 미술상 베치나는 1,000만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