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시 5

마음 비우기 _ 박현자

마음 비우기 박현자 옷장 정리를 한다 장농속 여러 해 동안 잠자고 있던 철 지난 쉐타 아이 어렸을 적 옷가지를 꺼내며 꼼팡내 묻은 옛날 돌아본다. 아이들 어렸을 땐 그래도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던 꿈 어느새 중년이 된 여자는 잃어버린 꿈 찾아 숨이 차지만 세월은 모든 걸 버리라 한다. 유행 지난 옷가지며 아이들 소품 자질구레한 욕심과 골동품인양 껴안고 있는 헛된 꿈까지도 어느 날 여자는 옷장정리를 하며 풍선처럼 팽팽하던 아집을 과감하게 버리고 있다. 마음을 비우고 있다. * 2023년 5월 30일 화요일입니다. 6개월 동안 입지 않은 옷은 계속 안 입는 법입니다. 과감하게 정리하고 비우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찔레나무 가지 _ 박의상

찔레나무 가지 박의상 찔레나무를 가꾸는 사람만이 찔레나무의 어느 가지를 잘라내야 할지 안다 그의 무수한 말 무수한 눈 가운에 어느 만큼인가 그는 버려야 하는 것처럼 찔레나무를 가꾸기 위해 찔레나무의 어느 가지를 그는 그렇게 오늘도 자른다 헛된 욕망을 버리는 것처럼이 아니라 욕망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처럼 그는 찔레나무의 가지를 자르면서 자기의 소중한 눈물 가운데 어느 눈물을 버려야 할지 깨닫는다 * 2022년 7월 13일 수요일입니다. 작은 것들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을 수 있습니다.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무것도 아니었지 _ 신현림

아무것도 아니었지 신현림 너는 아무것도 아니었지 순식간에 불타는 장작이 되고 네 몸은 흰 연기로 흩어지리라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지 일회용 건전지 버려지듯 쉽게 버려지고 마음만 지상에 남아 돌멩이로 구르리라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도 괜찮고 옷에 떨어진 단추라도 괜찮고 아파트 풀밭에 피어난 도라지라도 괜찮지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의 힘을 안다 그 얇은 한지의 아름다움을 그 가는 거미줄의 힘을 그 가벼운 눈물의 무거움을 아무것도 아닌 것의 의미를 찾아가면 아무것도 아닌 슬픔의 깊은 의미를 만들고 더 깊게 지상의 뿌리를 박으리라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낄 때 비로소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무엇이든 다시 시작하리라 * 2022년 2월 9일 수요일입니다. 무가 되어야 유를 창출할 수 있는 법입니다. 무의미의 의미로움..

텅 비우고 무심히 지켜보는 시간 _ 법정스님

텅 비우고 무심히 지켜보는 시간 법정스님 저마다 자기의 일상생활이 있다. 자기의 세계가 있다. 그 일상의 삶으로부터 거듭 거듭 떨쳐버리는 출가의 정신이 필요하다. 머리를 깎고 산이나 절로 가라는 것이 아니라 비본질적인 것들을 버리고 떠나는 정신이 필요하다. 외롭다고 다른 탈출구를 찾으려는 버릇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처럼 영혼의 투명성이 고이다가 사라져 버린다. 마음을 텅 비우고 무심히 지켜보는 시간이 없으면 삶의 탄력을 잃게 된다. * 2022년 1월 11일 화요일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무심히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비본질적인 것들을 버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허허 _ 김승동

허허 김승동 그리운가 잊어버리게, 여름날 서쪽 하늘에 잠시 왔다 가는 무지개인 것을 그 고운 빛깔에 눈멀어 상심한 이 지천인 것을 미움 말인가 따뜻한 눈길로 안아주게 어차피 누가 가져가도 다 가져갈 사랑 좀 나눠주면 어떤가 그렇게 아쉬운가 놓아버리게 붙들고 있으면 하나일 뿐 놓고 나면 전부 그대 것이 아닌가 세상의 그립고 밉고 아쉬운 것들 그게 다 무엇인가 사랑채에 달빛 드는 날 묵 한 접시에 막걸리 한 사발이면 그만인 것을 * 2021년 12월 15일 수요일입니다. 붙들고 있어봐야 해결되지 않는 것들은 놓아버리는 게 답입니다. 허허로운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