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집게 김경복 겨울잔디 시린 발목 아랫목 이불 속으로 밀어넣듯 땅 밑으로 밑으로 오그리는데 바지랑대 치워버린 빨랫줄 빈 집게만이 쪼로록 참새새끼같이 떨고 있다 양말이며 청바지며 바람이 훔쳐 가겠다고 넘어올 때마다 '빼앗길 수 없어' 끝까지 악물던 입술 이젠 잿빛 산그림자만 물었구나 걷어진 빨래들과 그 욕심들은 서랍장 속에 개켜지고 흔들리는 건 가슴 속 풀냄새 바람도 낯설은 듯 등 돌리는데 진종일 싸락눈에 시달린 그 입술이 시려워 자꾸 내 입술이 깨물어진다 옷장 밑에 숨겨 두었던 옛날들을 다시 널어야 할 것 같다. * 2024년 3월 5일 화요일입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는 경칩니다. 봄을 준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