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시 2

빨래집게 _ 김경복

빨래집게 김경복 겨울잔디 시린 발목 아랫목 이불 속으로 밀어넣듯 땅 밑으로 밑으로 오그리는데 바지랑대 치워버린 빨랫줄 빈 집게만이 쪼로록 참새새끼같이 떨고 있다 양말이며 청바지며 바람이 훔쳐 가겠다고 넘어올 때마다 '빼앗길 수 없어' 끝까지 악물던 입술 이젠 잿빛 산그림자만 물었구나 걷어진 빨래들과 그 욕심들은 서랍장 속에 개켜지고 흔들리는 건 가슴 속 풀냄새 바람도 낯설은 듯 등 돌리는데 진종일 싸락눈에 시달린 그 입술이 시려워 자꾸 내 입술이 깨물어진다 옷장 밑에 숨겨 두었던 옛날들을 다시 널어야 할 것 같다. * 2024년 3월 5일 화요일입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는 경칩니다. 봄을 준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빨래를 하십시오 _ 이해인

빨래를 하십시오 이해인 우울한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맑은 날이 소리내며 튕겨울리는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밝아진답니다 애인이 그리운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물 속에 흔들리는 그의 얼굴이 자꾸만 웃을 거예요 기도하기 힘든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몇 차례 빨래를 헹구어내는 기다림의 순간을 사랑하다 보면 저절로 기도가 된답니다 누구를 용서하기 힘든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비누가 부서지며 풍기는 향기를 맡으며 마음은 문득 넓어지고 그래서 행복할 거예요 * 2019년 7월 24일 수요일입니다. 빨래를 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정갈해집니다. 기분을 세탁하고 싶을 때는 빨래를 해 보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