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깎는 시간 김재진 마음속에서 누군가 속삭이듯 이야기할 때 있습니다. 사각거리며 걸어가는 눈 위의 발소리처럼 내 마음속의 백지 위로 누군가 긴 편지 쓸 때 있습니다. 한 쪽 무릎 세우고 뭔가를 깎아 보고 싶어 연필을 손에 쥡니다. 주전자의 물이 끓는 겨울 저녁 9시 유리창엔 김이 서립니다. 내 마음에도 김이 서립니다. 때로 몸이 느끼지 못하는 걸 마음이 먼저 느낄 때 있습니다. 채 깎지 않은 연필로 종이 위에 '시간'이라 써 봅니다. 좀더 크게 '세월'이라 써 봅니다. 아직도 나는 내게 허용된 사랑을 다 써버리지 않았습니다. * 2018년 2월 26일 월요일입니다.감기라는 친구가 딱붙어 떨어지질 않네요.건강 챙기시고 한 주의 시작 힘차게 출발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