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받이 의자 김종제 늘 어디에 기대고 살아서 등 받아주는 의자가 없다면 허투루 세운 벽이나 담처럼 큰 물 오기도 전에 제 풀에 무너지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때는 의자 없어도 얼음의 바닥에 돌부처처럼 가부좌하고 한참을 앉아 있는 선비였는데 등받이에 언제 길들여졌는지 허리 꼿꼿하게 세우지 못하고 산길 아닌 길을 걸어가면서도 지팡이 짚으려는 한량들 저러다 의자 부서지면 어쩌려고 지팡이 빼앗기면 어쩌려고 기댈 것 없다고 아무데나 쓰러지며 노숙하겠다 지탱할 것 없어서 잠시도 밖으로 돌아다닐 수 없겠다 값싸게 얻은 등받이 의자에 기댄 그 안락한 몇 년에 엉덩이 썩은 줄 모르는 것일까 몇 푼 주고 산 지팡이 짚은 그 달콤한 몇 시간이고 며칠에 발바닥 굳어버린 줄 몰랐을까 썩은 못 빠져버리더니 등받이 의자가 삐그덕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