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 3

자유 _ 조병무

자유 조병무 빛을 모읍니다. 빛은 한 줌 손바닥 밖에 머뭇거립니다. 서풍이 불고 돌이 깨어지고 모과가 떨어지고 까마귀 울고 모두가 그대롭니다. 빛을 잡으려해도 빛은 한 줌 손바닥 밖에서 웃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뿐입니다. * 2022년 8월 2일 화요일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태양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얕은 수보다는 진정성으로 다가가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_ 천상병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길은 사통팔달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 2022년 3월 25일 금요일입니다. 바람처럼 자유로운 생각이 어려운 길을 찾게 만듭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떠도는 자유에게 _ 고정희

떠도는 자유에게 고정희 한시에는 신새벽 건너오는 바람이더니 세시에는 적막을 뒤흔드는 대숲이더니 다섯시에는 만년설봉 타오르는 햇님이더니 일곱시에는 강물 위에 어리는 들판이더니 아홉시에는 길따라 손잡는 마을이더니 열한시에는 첫눈 내린 날의 석탄불이더니 열세시에는 더운 눈물 따라붓는 술잔이더니 열다섯시에는 기다림 끌고가는 썰물이더니 열일곱시에는 깃발 끝에 걸리는 노을이더니 열아홉시에는 어둠 속에 떠오르는 둥근 달빛이더니 스물한시에는 불바다로 달려오는 만경창파이더니 스물세시에는 빛으로 누빈 솜옷이더니 스물다섯시에는 따뜻하고 따뜻하고 따뜻한 먼 나라에서 아름다운 사람 하나 잠들고 있다. * 2019년 1월 24일 목요일입니다.인생의 시계에서 오늘은 몇 시쯤 될까요?언젠가는 멈춰질 시계이기에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