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이 되다
천양희
새벽이 언제 올 지 몰라 모든 문 다 열어놓는다고
그가 말했을 때
꿈꿀 수 있다면 아직 살아 있는 것이라고
내가 말했다
나에게만 중요한 게 무슨 의미냐고
내가 말했을 때
어둠을 물리치려고 애쓴다고
그가 말했다
생각의 끝은 늘 단애라고
그가 말했을 때
꽃은 나무의 상부에 피는 것이라고
내가 말했다
세상에 무늬가 없는 돌은 없다고
내가 말했을 때
나이테 없는 나무는 없다고
그가 말했다
바람이 고요하면 물결도 편안하다고
그가 말했을 때
산은 강을 넘지 못한다고
내가 말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때
우리는 서로의 배경이 되었다
* 2023년 5월 23일 화요일입니다.
때로는 배경으로 인해 주인공이 더 돋보이게 됩니다.
멋진 배경의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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