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살아 있는 날은 _ 이해인

시 쓰는 마케터 2023. 5. 18. 08:16

 

 

살아 있는 날은

 

                             이해인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깎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 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 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깎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살아 있는 연필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말로

당신이 원하시는 글을 쓰겠습니다

 

정결한 몸짓으로 일어나는 향내처럼

당신을 위하여

소멸하겠습니다.

 

 

* 2023년 5월 18일 목요일입니다.

연필을 깎다 보면 나는 특유의 향이 좋습니다.

오랜만에 연필을 사용해봐야겠습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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