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마음 그 풀밭에 _ 나희덕

시 쓰는 마케터 2023. 5. 22. 08:12

 

 

마음 그 풀밭에

 

                            나희덕

 

 

누군가 손대지 않음으로써 일구어 놓았나

스스로 무성해진 풀밭

두려움도 없이 나는 풀을 벤다

낫이 움직이면서 내 속에 자란 풀을 먹어치운다

풀을 베어낸 자리마다 흙이 상처처럼

검붉다, 부질없이 부질없이

옮겨 심을 무엇이 더 남아 있다는 것일까

드러난 흙이

뿌리를 삼키기 위해 입을 벌리듯

나의 탐식은 풀밭 위를 달린다

풀은 왜 늙으면서 질겨지는가

가벼워지는가

두려움도 없이 나는 풀을 벤다

마음, 그 풀밭에 불을 놓는다

풀뿌리는 끝내 타지 않는다.

 

 

* 2023년 5월 22일 월요일입니다.

중요한 건 꺾였어도 그냥 하는 마음입니다.

가능성을 지속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