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그 풀밭에
나희덕
누군가 손대지 않음으로써 일구어 놓았나
스스로 무성해진 풀밭
두려움도 없이 나는 풀을 벤다
낫이 움직이면서 내 속에 자란 풀을 먹어치운다
풀을 베어낸 자리마다 흙이 상처처럼
검붉다, 부질없이 부질없이
옮겨 심을 무엇이 더 남아 있다는 것일까
드러난 흙이
뿌리를 삼키기 위해 입을 벌리듯
나의 탐식은 풀밭 위를 달린다
풀은 왜 늙으면서 질겨지는가
가벼워지는가
두려움도 없이 나는 풀을 벤다
마음, 그 풀밭에 불을 놓는다
풀뿌리는 끝내 타지 않는다.
* 2023년 5월 22일 월요일입니다.
중요한 건 꺾였어도 그냥 하는 마음입니다.
가능성을 지속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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