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숨비소리 _ 김종제

시 쓰는 마케터 2023. 7. 12. 08:27

 

 

숨비소리

 

                        김종제

 

 

숨을 참고 있다가

입밖으로 몰아 쉬는 소리라서

새벽 안개를 닮았다

수선화를 닮았다

허공을 가로지르는 새를 닮았다

 

물 속에서 땅 속에서

어머니를 뚫고 나오는 소리라서

그 빛깔이 고고하게 짙으니

미루나무의 잎을 닮았다

나비의 날개를 닮았다

사월의 바람을 닮았다

 

죽은 듯 숨어있다가

머리를 쑤욱 내밀고

제 존재를 드러내는 소리라서

우후죽순 풀을 닮았다

한 곳에서 나온 모태의 소리라서

얼굴이 친숙하게 서로 닮았다

 

살아있다고 고함치면서

해와 달을 뜨게 하고

별을 낳게 하는 저 숨비소리가

온 세상에 가득찼다

숨이 막혔다가 터졌다가

죽었다가 살았다가

뱃속에서부터 단박에 내질러

무덤속의 것들을 깨우는 소리다

 

 

* 2023년 7월 12일 수요일입니다.

제주해녀들의 숨비소리는 삶의 휘파람입니다.

참았던 숨을 크게 내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