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비소리
김종제
숨을 참고 있다가
입밖으로 몰아 쉬는 소리라서
새벽 안개를 닮았다
수선화를 닮았다
허공을 가로지르는 새를 닮았다
물 속에서 땅 속에서
어머니를 뚫고 나오는 소리라서
그 빛깔이 고고하게 짙으니
미루나무의 잎을 닮았다
나비의 날개를 닮았다
사월의 바람을 닮았다
죽은 듯 숨어있다가
머리를 쑤욱 내밀고
제 존재를 드러내는 소리라서
우후죽순 풀을 닮았다
한 곳에서 나온 모태의 소리라서
얼굴이 친숙하게 서로 닮았다
살아있다고 고함치면서
해와 달을 뜨게 하고
별을 낳게 하는 저 숨비소리가
온 세상에 가득찼다
숨이 막혔다가 터졌다가
죽었다가 살았다가
뱃속에서부터 단박에 내질러
무덤속의 것들을 깨우는 소리다
* 2023년 7월 12일 수요일입니다.
제주해녀들의 숨비소리는 삶의 휘파람입니다.
참았던 숨을 크게 내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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