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태풍 _ 나희덕

시 쓰는 마케터 2023. 8. 10. 08:55

 

 

태풍

 

                      나희덕

 

 

바람아, 나를 마셔라.

단숨에 비워내거라.

 

내 가슴속 모든 흐느낌을 가져다

저 나부끼는 것들에게 주리라.

울 수 있는 것들은 울고

꺾일 수 있는 것들은 꺽이도록

 

그럴 수도 없는 내 마음은

가벼워지고 또 가벼워져서

신음도 없이 지푸라기처럼 날아오르리.

 

바람아, 풀잎 하나에나 기대어 부르는

나의 노래조차 쓸어가버려라.

울컥울컥 내 설움 데려가거라.

그러면 살아가리라.

네 미친 울음 끝

가장 고요한 눈동자 속에 태어나.

 

 

* 2023년 8월 10일 목요일입니다.

한반도 내륙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태풍은 태어나 처음 봅니다.

부디 큰 피해 없이 더위만 식히고 지나가길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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