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비누 _ 정진규

시 쓰는 마케터 2023. 8. 11. 08:25

 

 

비누

 

                       정진규

 

 

비누가 나를 씻어 준다고 믿었는데

그렇게 믿고서 살아왔는데

나도 비누를 씻어 주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몸 다 닳아져야 가서 닿을 수 있는 곳,

그 아름다운 소모를 위해

내가 복무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비누도 그걸 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침내 당도코자 하는 비누의 고향!

그 곳이 어디인지는 알 바 아니며

다만

아무도 혼자서는 씻을 수 없다는

돌아갈 수 없다는

나도 누구를 씻어 주고 있다는

돌아가게 하고 있다는

이 발견이 이 복무가

이렇게 기쁠 따름이다.

눈물이 날 따름이다.

 

 

* 2023년 8월 11일 금요일입니다.

세상의 모든 이치는 상대적인 것입니다.

새로운 발견을 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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