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정진규
비누가 나를 씻어 준다고 믿었는데
그렇게 믿고서 살아왔는데
나도 비누를 씻어 주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몸 다 닳아져야 가서 닿을 수 있는 곳,
그 아름다운 소모를 위해
내가 복무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비누도 그걸 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침내 당도코자 하는 비누의 고향!
그 곳이 어디인지는 알 바 아니며
다만
아무도 혼자서는 씻을 수 없다는
돌아갈 수 없다는
나도 누구를 씻어 주고 있다는
돌아가게 하고 있다는
이 발견이 이 복무가
이렇게 기쁠 따름이다.
눈물이 날 따름이다.
* 2023년 8월 11일 금요일입니다.
세상의 모든 이치는 상대적인 것입니다.
새로운 발견을 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을 위한 서시 _ 김춘수 (13) | 2023.08.16 |
---|---|
준다는 것 _ 안도현 (7) | 2023.08.14 |
태풍 _ 나희덕 (8) | 2023.08.10 |
실패할 수 있는 용기 _ 유안진 (2) | 2023.08.09 |
가을노래 _ 이해인 (8) | 2023.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