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그리움은 게 한 마리의 걸음마처럼 _ 유하

시 쓰는 마케터 2023. 10. 30. 07:54

 

 

그리움은 게 한 마리의 걸음마처럼

 

                                                       유하

 

 

끝간 데 없는 갯벌 위를 걷습니다

모든 것이 고요하기만 합니다

문득 손톱만한 게 한 마리

휙 내 앞을 지나갑니다

어쩐지 그 게 한 마리의 걸음마가

바닷물을 기다리는

갯벌의 마음처럼 느껴집니다

그 마음 그토록 허허롭고 고요하기에

푸른 물살, 온통 그 품에

억장 무너지듯 안기고 마는 걸까요

아아 바닷물처럼 출렁이는 당신이여

난 게 한 마리 지날 수 없는

꽉찬 그리움으로

그대를 담으려 했습니다

그대 밀물로 밀려올 줄 알았습니다

텅텅 빈 갯벌 위, 난 지금

한 마리 작은 게처럼 고요히 걸어갑니다

이것이,

내 그리움의 첫 걸음마입니다.

 

 

* 2023년 10월 30일 월요일입니다.

작은 걸음들이 모여 큰 여행을 만드는 법입니다.

꾸준히 움직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