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나무 _ 신경림

시 쓰는 마케터 2024. 4. 5. 08:06

 

 

 

나무

 

                    신경림

 

 

나무를 길러 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 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 2024년 4월 5일 금요일 식목일입니다.

나무들에 싹이 트고 꽃들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봄이 제대로 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홍승환 드림